더불어민주당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2인 임명을 두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진행할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전망을 두고 뾰족한 대책이 없는 데다 몇 안 되는 자력 카드인 최 권한대행 탄핵 명분도 약화됐기 때문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즉각 임명하라"면서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선별적인 임명 거부는 명백한 삼권분립 침해이자 위헌 행위"라고 주장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야가 각각 추천한 2인(조한창·정계선 재판관)을 임명하고 야당이 추천한 1명(마은혁 후보)의 임명을 미뤘다. 기존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던 당시 3명의 재판관 임명을 모두 보류한 것과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여당은 반발했다. 최 권한대행이 민주당의 압박에 굴복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실장급과 수석급 인사들이 단체로 사의를 표명해 불만을 표했다.
민주당도 속내가 복잡하다. 민주당은 헌재가 절차적 잡음 없이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결론을 내길 원하고 있다. 기존 6인 체제로는 사건을 심리할 수 있지만, 종국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선 헌법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는 만큼 잡음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을 주장하며 '완전체 헌재'(9인 체제)를 만들려 한 이유다.
민주당이 헌재의 빠른 탄핵 심판 결과를 원하는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이 걸린 공직선거법 대법원 판결은 5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미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향후 10년간 선거에 나서지 못한다.
빠른 재판을 위해 헌법재판관 임명에 속도를 내던 민주당의 계획은 최 권한대행이 재판관 2인만 임명함으로써 차질이 생겼다. 헌재가 8인 체제로 운영되면 9인 체제와 마찬가지로 헌재 심리와 판결은 가능하다.
문제는 시간이다. 오는 4월 18일이 되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가 종료된다. 헌재가 다시 6인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다. 모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들로, 다음 지명도 대통령이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선례 자체가 없다. 법조계에서도 국회나 대법원장이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과 직접 지명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는 견해가 나온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헌법기관의 추천 자체를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헌재가 6인 체제로 돌아가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판결을 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6인 체제가 민주적 정당성이 없다는 의사를 표현한 헌법재판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6인이 모두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야 의결 정족수가 간신히 채워지는 상황에서 1명이라도 '종결 불가'를 주장하면 종국 심리 자체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헌재의 빠른 심리와 결정을 우선적으로 주문하지만, 1명의 재판관을 빨리 채워 넣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9인 체제를 만들어야 4월 임기 만료로 2명이 이탈하더라도 7인 헌재가 유지돼 '절차적 정당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이 요구하는 여야 합의를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마 후보자는 과거 사회주의 활동 이력이 있어 국민의힘이 임명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에서는 적절한 후보로 교체 후 다시 재판관 임명을 주문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당내 강경파 사이에서는 최 권한대행 탄핵 카드로 또다시 압박에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은 크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바꾼다고 해서 여당이 추천에 합의해 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제주항공 사고와 헌법재판관 임명이 이어지면서 최 권한대행 탄핵 명분도 예전 같지 않다.
답답한 민주당에서는 여권이 여론을 잠재우고 헌재를 적절하게 마비시키기 위한 '역할극'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최 권한대행이 여권 내부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결단하는 모습을 연출해 민주당의 운신의 폭을 의도적으로 좁혔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권한대행이 동료 국무위원과 여당과 아무런 교감 없이 이런 결정을 했다고 하니 더 이상하다고 느껴진다"면서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일단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에서도 이런저런 방향에 대해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최 권한대행 탄핵에 대해선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3인 가운데 2인을 선택적으로 임명해 행위 유불리와 관계없이 위헌·위법한 행위를 했다"며 "그럼에도 탄핵에 돌입하는 것은 자제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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