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불법시위대에 의해 약 9시간 지역구 사무실에 갇히는 봉변을 당했다.
전국 각지에서 불법시위가 난무하는 가운데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무너진 공권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오후 부산 남구에 위치한 박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는 시위대 3000여명이 모여 윤 대통령 탄핵과 국민의힘 해체를 주장했다. 시위대는 박 의원의 사무실 내부와 계단도 점거하는 등 연좌 농성을 벌였다.
시위는 이날 오전 11시쯤 민주노총 관계자 등 30여 명이 박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내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촉발됐다. 당시 박 의원은 매주 토요일 진행하는 민원인과의 만남 행사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항의하는 시위대의 발길이 이어지자 박 의원을 포함한 의원실 관계자들은 경찰에 질서유지를 먼저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위대는 면담을 촉구하며 농성에 나섰고 뒤늦게 출동한 경찰과 낮 12시부터 약 9시간 대치했다.
경찰과의 대치 소식이 퍼지자 인근 집회 참석자들이 박 의원 사무실 앞으로 합류하면서 시위 규모가 불어났다. 이들은 앞선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트랙터 시위'를 언급하며 "이곳이 부산의 남태령"이라고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농성은 시위대 대표단과 박 의원의 면담이 성사돼 마무리됐다. 다만 박 의원은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시위대 측의 요청에도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한 문제"라며 윤 대통령이 받는 내란 혐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정치권 "여야 모두 같은 상황 놓일 수 있어…엄정한 수사 및 처벌 촉구"
이 같은 소식에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국회의원을 9시간 불법 감금한 좌파 세력을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박수영 위원장 사무실과 주변이 유린당하는 초유의 사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민주노총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세력은 사무실을 불법 점거하고 주변을 에워싼 채 9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며 "박 위원장의 민원 행사를 빌미 삼아 사무실에 들어와 계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박 위원장 불법 감금 사태는 야권 세력의 음험한 정치적 꼼수에서 비롯됐다"며 "부산 시민 누구도 이런 불법 점거와 시위에 동의한 적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도 더 이상 눈치 보지 말고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와 배후세력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응당한 사법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부산 해운대 을)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럴 때야말로 공권력과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며 "박 의원이 사실상 감금된 시각에 그들은 점거한 사무실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나를 비롯한 누구라도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대한민국의 안정을 위하는 어느 정당이든 국민이 이러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엄정한 수사 및 처벌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명백한 불법…적극적 공권력 행사 필요한 시점"
박 의원은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원인을 내쫓고 제 사무실을 점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위대가 로비를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는 바람에 저는 무려 9시간 동안 화장실도 못 가고 점심과 저녁 식사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박 의원은 "문화대혁명이 따로 없고 홍위병이 따로 없었다"며 "사무실에는 4대의 CCTV가 있다. 한명 한명 특정해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용건조물 침입죄, 업무방해죄, 특수감금죄, 폭행죄와 특수폭행죄 등이 적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사건 당시 시위대 일부가 경찰관을 폭행했다고도 한다. 박 의원은 "선처는 없다. 경찰도 제대로 수사해 주기를 바란다"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쳐들어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감금하고 윽박지르면서 요구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의 말처럼 이번 감금 사태는 명백한 불법 시위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불법 시위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의 불법 시위 진압을 사실상 폭력으로 규정한 과거 대법원 판례가 지금의 사태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의 권위가 이렇게 떨어져선 안 된다. 혼란한 이 시기에 공권력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2022년 11월 대법원은 경찰의 공무집행에 맞선 시위대의 저항 행위에 정당방위 가능성을 인정하는 첫 판례를 남겼다. 당시 대법원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가 2009년 정리해고 철폐를 주장하며 점거 파업을 벌이다 이를 진압하는 경찰과 충돌해 발생한 경찰 대원의 부상 및 장비 손상 등에 대해 노조가 국가에 11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집회 및 시위가 불법이라 할지라도 경찰이 과잉 진압을 했다면 이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게 대법의 판단이다. 대법은 "경찰관이 직무 수행 중 특정한 경찰 장비를 관계 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직무 수행은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은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위해를 면하기 위해 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 장비를 손상했더라도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써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박수영 의원이 민노총, 진보당 폭도들에게 감금돼 7시간 이상 고립돼 있다"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데 경찰은 뒷짐 지고 있는지 해결을 못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집단적 광기의 파시즘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며 "한덕수 총리 탄핵 쿠데타가 결정적 분기점이 됐고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공권력이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는지 잘 지켜보자. 재선의 집권당 국회의원 한 명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라면 무슨 미래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민노총, 이번엔 대통령 관저 점거 예고…"尹 직접 체포에 나설 것"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박 의원의 무죄 추정 원칙은 내란동조와 다름없다"며 "항의하는 민원인과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불법세력으로 매도하는 극우적인 인식은 윤석열과 같다"며 "내란수괴를 조속히 구속 파면하고 내란 잔당, 내란정당 국민의힘을 해체하기 위해 앞장서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향해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신속한 체포 영장 집행을 촉구하며 "직접 체포에 나설 것"이라고도 선언했다. 서울서부지법은 31일 윤 대통령에 대해 내란죄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의 유효 기간은 내년 1월6일까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3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체포 영장의 신속하고 엄정한 집행을 촉구한다"며 "윤석열을 당장 체포하고 구속하지 않는다면 민주노총은 1월3일 한남동 대통령 공관의 문을 직접 열어 내란수괴 체포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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