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를 넘어 '킹달러'가 이어지면서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들이 환율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인도 국영은행은 자국 통화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서둘러 달러화를 시장에 공급했고, 인도네시아 역시 중앙은행이 개입에 나서 환율 급등을 진정시켰다.
29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27일 인도 루피화는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지속적인 달러 수요 강세로 루피화 환율이 사상 최저치로 약세를 보인 가운데 인도중앙은행(RBI)의 개입 가능성으로 하락폭을 제한했다.
루피화는 달러당 85.3950까지 가치가 급락하면서 전날 기록한 사상 최저치인 85.2825를 넘어섰다.
같은 날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인 달러인덱스는 108을 기록, 강세를 이어갔다. 미국 달러화는 이번 달까지 2% 이상 상승했으며 월간 기준으로는 세 번째로 큰 상승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와 미국 국채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신흥시장 통화가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인도의 경우 RBI의 잦은 개입이 루피화를 지지하면서 주요 아시아 통화 중 그나마 변동성이 가장 적다는 평가다.
한 국영은행의 트레이더는 "루피화의 약세 추이는 내년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크지만, 85.50에서 약간 멈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킹달러' 기조에 중앙은행이 환율방어에 나섰다. 루피아화의 경우 4분기 현재 통화가치가 달러화 대비 약 6% 하락했으며 최근에는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근접한 상태다.
특히 통화가치 급락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종파 분쟁과 국가 재편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됐다는 점에서 인도네시아 당국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이 이달 금리인하에 나서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달러 강세로 루피아화가 압박을 받는 가운데 금리를 내렸다가는 자칫 자금 이탈이 심화할 수 있어 이를 미루게 됐다는 설명이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유통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해 환율방어를 꾀할 계획이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게 되면 국채수익률(시장 금리)이 안정될 수 있어 해외 자본 유출을 막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로 인한 환율방어의 필요성은 신흥국과 선진국 가릴 것 없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다.
브라질 헤알화는 최근 3개월 동안 12%, 올 들어서는 20% 이상 통화가치가 급락했다. 일본 엔화 가치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3분기부터 통화가치 하락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원화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이후 급락세를 보였으며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통화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2/30/202412300013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