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김건희·내란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 야당이 요구하는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에서는 최 권한대행이 한덕수 국무총리처럼 '여야 합의 정신'을 강조하며 뚝심을 지켜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 내부에선 민주당의 탄핵 압박에도 위헌 논란이 큰 쌍특검법에 대해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검법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법치를 기반으로 하는 정상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도저히 시행할 수 없는 '위헌적 요소'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통과시킨 쌍특검법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 2명을 추천하도록 했다. 이는 헌법 78조가 규정한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을 명백히 침해한다. 당초 민주당은 이 논란을 의식해 내란특검 후보자 추천 주체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으로 규정했다가 막판에 민주당과 비교섭단체(조국혁신당)로 수정 가결했다. 김건희특검 후보자 추천권은 처음부터 민주당과 비교섭단체였다. 민주당은 대통령 임명권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위배되는 위헌 법안을 만들어 놓고도 법안 제안 이유에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공정한 특별검사 임명"이라고 밝혔다.
수사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점도 헌법 37조에 규정된 과잉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
김건희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의 불법 행위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망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20대 대통령 선거 불법 여론조사 등 부정 선거 개입, 서울-양평선 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 기밀정보 유출, 명태균 관련 사건,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등 15개 혐의를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내란특검법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14가지 혐의를 수사 대상으로 정했다.
두 특검법 모두 '인지된 관련 사건'도 수사 대상으로 삼았는데, 이는 형사소송법 198조에 규정된 별건 수사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내란 사건의 경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 경찰이 모두 총력 수사하고 있어 중복 및 과잉 논란이 크다.
초대형인 특검 규모도 논란이다. 내란특검법은 파견 검사 40명, 파견 공무원 80명, 특별검사보 4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200명 규모로 전례가 없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특검팀(100여 명)의 두 배다. 내란특검법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도 적용하지 않는다는 특례 조항도 포함됐다.
두 특검법 모두 수사 기간이 최장 170일로 전례가 없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고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 뒤 30일 연장할 수 있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면 대통령 승인을 받아 수사 기간을 다시 30일 연장할 수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여권은 내년 상반기 실시되는 조기 대선에서 '특검 악재'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여권 인사들이 대선 기간 내내 줄소환 되고 광범위한 압수수색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건희특검은 찬성 여론이 높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말도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건희특검법 시행을 위해선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수정안을 국민의힘이 제안해 여야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대안도 거론된다.
야당의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한덕수 국무총리(당시 대통령 권한대행)도 지난 26일 대국민 담화에서 '여야 합의 정신'을 강조했다.
한 국무총리는 야당의 압박에도 야당이 추천하고 단독으로 밀어붙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끝내 하지 않았다. 본래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한 가운데, 대통령 부재 시 헌법재판관 임명은 더더욱 여야 합의로 임명돼야 한다는 점을 '뚝심'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한 국무총리는 민주당이 요구한 새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에 대해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면서도 "만약 불가피하게 이러한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름을 언급하며 "여야 정치인들이 지금 여러분을 보고 있는 다음 세대 한국인들을 위해 앞선 세대 정치인들을 뛰어넘는 슬기와 용기를 보여주시길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로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여권 핵심 관계자는 "두 특검법 모두 위헌성이 짙은 엉터리 법안이어서 그대로 시행할 경우 헌정사의 또 다른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최 권한대행은 한 총리가 말한 여야 합의 정신을 계승해 필요한 거부권은 탄핵을 각오하고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대통령 권한대행은 전날 긴급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와 민생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할 수 없다"며 "권한대행 체제에서 겨우 안정된 경제 시스템과 대외신인도가 다시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통상 전쟁이라는 국가적인 비상시국에 국정 컨트롤타워의 부재는 원·달러 환율 급등에서 보듯이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안보와 국민 경제·국정의 연속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이와 같은 혼란은 잠시라도 지속돼서는 안 된다. 우리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더 이상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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