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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먹고 살기’에 몸부림…‘나쁜 정치’ 한국에 빵 만들 지도자는 누굴까 [데스크칼럼]
입력2024.12.27. 오후 2:05
수정2024.12.27. 오후 2:12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
화학비료로 식량 문제 해결
독가스로 인류 살상 오점도
정치·과학, 힘쓰는 방식 중요
새해 경제 살릴 리더 나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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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라는 게 과학자에겐 지식의 힘이고 지도자에겐 정치적 힘일텐데, 문제는 이 힘이 어떤 방식으로 쓰이느냐에 따라 세상의 축복이 되기도 하고 불행이 되기도 한다.
198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로얼드 호프만 교수는 과학자가 가진 이같은 힘의 속성 때문에 과학자의 책임과 역할을 유독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들이란 무릇 자신들이 만든 창조물에 절대적 책임을 갖고, 모욕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정치에 있어서도 ‘나쁜 힘’을 경계했던 그는 과학자들은 정치에 참여하더라고 실권이 주어지지 않을 때 건전한 조언을 하고, 비합리성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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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공기 중 질소와 수소를 암모니아로 바꾸는 암모니아 합성법으로 인류가 기아에서 벗어나는 데 공헌했다. 이 위대한 발명으로 비로소 화학비료가 탄생했고, 이 결과 자연 조건에만 의존해오던 식량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 ‘공기로 빵을 만든’ 하버는 인류의 난제인 식량 문제를 해결한 공로로 191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자신의 재능을 모조리 화학무기 개발에 쓴 하버는 유해 물질 농도와 노출 시간에 따른 사망 관계를 밝힌 하버의 법칙을 만들었고, 이는 화학전의 단초가 됐다. ‘공기로 빵을 만든’ 과학자가 ‘공기로 독가스를 만든’ 과학자가 되는 운명적 사건이었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지도자들 역시 순간의 결정에 따라 빵을 만들기도 하고, 독가스를 만들기도 했다. 후대는 이를 정치적 공과(功過)로 평가한다.
분명한 건 과학자든 지도자든 경제적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 빵을 만들어 낼 때, 이들에 대한 존경의 역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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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태평양 건너편에선 다음달 미국의 새 대통령이 될 도널드 트럼프가 국민들에게 나눠줄 빵을 만들겠다며 이미 무서운 기세를 내뿜고 있다.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겠다는 그의 외침은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를 압박하고 있다. “관세가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며 무역 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는 그에겐 한국도 ‘우방’이 아닌 그저 ‘거래 대상’일 뿐이다.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기업 등은 바이든 정부가 내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미국 현지에 수조원을 들여 공장을 짓는 등 아낌없는 투자를 했지만, 트럼프가 한국 기업을 지켜줄 거라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제조업이 붕괴되고,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지만 이를 타개할 묘수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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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부디 팍팍한 현실과 마주한 국민들에게 빵을 넉넉히 만들어 줄 수 있는 지도자들이 곳곳에서 나오길 소망해본다. 트럼프 시대에 한국이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정책들이 넘쳐났으면 한다. 한국 시장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어, 외국인 투자자도 개미들도 다시 한국으로 몰려드는 모습이 펼쳐졌으면 한다. 청년들이 광장이 아닌 일터에서 신날 수 있도록 기업이 성장가도를 달렸으면 한다.
이런 대한민국이라면 내년 연말에는 신나는 마음으로 송년회를 즐기는 이들이 거리 곳곳에서 넘쳐날 듯 하다.
이윤재 오피니언부 부장
이윤재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