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사살하려 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고 주장한 방송인 김어준씨가 내란선동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는 보장될 수 있어도 막말의 자유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며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18일 김씨를 내란선동죄,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서민위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주장으로 여야 대표를 충동해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킨 것도 모자라 국제 정세를 흔드는 북한과 미국을 자극하고 한반도에 전쟁 위기감을 조성한 언행은 내란선동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서민위는 그러면서 "대한민국 안보와 안위에 위협을 주면서 국민에게 자괴감이 장기화히고 법치국가에 대한 신뢰마저 깨지는 시금석이 될까하는 우려가 팽배하는 현실을 바로잡고자 고발하니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계엄 당시 암살조가 가동됐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대표를 체포해 이송 중 사살하고 북한군이 개입한 것처럼 위장한다는 내용의 제보를 입수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金 "제보 출처는 우방국" … 野 "일단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김씨는 제보 출처의 일부로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했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국 측에서 많은 정보들이 흘러나오고 있다"며 김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김씨가 입수했다는 제보의 출처가 한국의 대표적 우방국인 미국이 아니냐는 추측이 불거졌다. 하지만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그런 정보를 알지 못한다"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한국 당국이 헌법과 법에 따라 일관되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민주당 국방위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보고서는 "과거의 제한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정보 공개가 제한되는 기관의 특성을 악용해 일부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상당한 허구를 가미해 구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주장의 상당수는 '비상계엄 선포를 합리화하기 위한 사전 공작이 있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계엄 이전에 (그런 계획이) 발생했어야 한다"며 "이 중 계엄 이전에 실행된 것은 단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19일 입장문을 통해 "해당 보고서는 박선원 의원실에서 '의원 보고용'으로 작성한 문건"이라며 "당 차원의 내부 보고서가 아닐뿐더러 민주당 국방위 차원의 검토 보고서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 위원장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의 중심인물로 등장하면서 분석 전제를 수정한 중간 보고서가 작성됐다"며 "중간 보고서에는 김씨가 밝힌 제보 전체에 대해 '가능성 배제하지 않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그러면서 "김씨 증언에 대해 아무 근거도 없이 그저 허위 보도한 언론 기사를 근거로 허구로 몰아붙이며 과방위원장을 비난하고 국회를 폄훼하는 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국회서 아니면 말고 식 주장 난무 … 표현의 자유 지나치게 벗어나"
형법은 '내란'을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으로 규정한다. 이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할 수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엄숙한 국회라는 현장에서 이런 허구를 주장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그 죄질이 무거워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다고 본다"며 "표현의 자유도 지나치게 벗어난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이 난무하는데 정치적으로, 또 안보적으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발언인 만큼 그 발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자신의 채널도 아닌 국회에 나와 이런 말을 했다면 가볍든 무겁든 처벌은 피할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는 보장될 수 있으나 막말의 자유는 보장할 수 없다"며 "이는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도 반하는 행태라고 본다. 마땅히 법으로 다스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단 조심성 없는 발언이다.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그런 발언을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나중에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면 그때 다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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