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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거부권'은 국운 지키는 공직 마지막 소명 … 탄핵 불사 '뚝심' 이어져야

뉴데일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윤석열 정부 초기만 해도 모든 공직자가 부러워하는 대상이었다. 경제 부총리에 이어, 두 번의 총리를 역임한다는 것은 한 세기 동안 한 번 나오기도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는 새로운 인물을 찾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의 방증이지만, 한 권한대행 스스로에게는 국가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 공직의 마지막을 불태울 기회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영광'을 누린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어느 정부도 성공하지 못한 '구조개혁'의 결실을 맺고 싶어 했다. 의료 개혁에 대한 열망은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 대행이 더 컸을지 모른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이 마주한 '마지막 공직 시계'는 화려함보단 가혹함과 힘겨움으로 가득하다. 공직에 있는 동안 상상도 못 한 현실이 펼쳐진 것이다. 비교 자체가 어렵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 정지 기간 권한대행을 한 고건 전 총리와 황교안 전 총리는 한 권한대행보다 차라리 나았다. 적어도 당시 야당은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처럼 '폭주'는 없었다.

'반민주적 행위'가 하루가 멀다고 펼쳐지고, 급기야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하겠다는 야당과 상대하는 일은 고도의 정치 방정식으로도 풀기 힘든 일이다. 그만큼 야당 폭주로 통과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결정하기까지 그의 고뇌는 너무 컸다.

한 권한대행은 19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과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며 "이 법안들에 영향을 받는 많은 국민과 기업, 관계 부처의 의견을 어떠한 편견 없이 경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에 대한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며 "그러나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향후 이어질 김건희특검법·헌법재판관 임명과 연결돼 있다. 여야는 한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를 두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 행사는 하지 말고, 헌법재판관 임명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여당은 정반대다. 거부권 행사는 하고, 재판관 임명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민주당이 더 급한 상황이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재판관 임명을 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 탄핵소추안 심리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대법원판결이 내년 5월에 내려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빠른 탄핵 인용 판결이 필요하다.

게다가 현행 6인 체제로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 정치적 부담도 지게 된다. 6인 전원이 찬성해야 탄핵안이 인용되는 상황에 직면한다. 1명만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 입장을 내면 탄핵안이 기각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김건희특검법과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 한 대행 탄핵에 나설 것이 유력하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의 탄핵 요건이 대통령 탄핵(200석)보다 부담이 적은 재적 의원 과반(150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금 당내에선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즉각적 조치(탄핵)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내란 사태를 종식시키는 핵심이 신속한 수사(특검)와 헌법 재판의 진행인데, 두 가지 다 방해하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데 있어 정치적 부담이 크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권한대행을 탄핵한다는 것 자체가 '국정 마비'를 부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각종 탄핵안을 난사했다는 것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꼽은 상황이라 탄핵 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겉으로는 탄핵을 외치며 한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고민은 크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소식을 듣고 "분명하게 거부권에 대해서는 저희가 경고를 했음에도 본인이 감수하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된다. 엄중한 시기니까 당위성과 안정성 등 여러 가지를 같이 고려해야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당은 한 대행이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로서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뜻대로 모든 정치 일정이 흘러가는 것에 한 권한대행이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 전까지 윤석열 정부가 하던 스탠스를 그대로 유지해 줘야 하고, 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들은 구구절절 모두 위헌적 요소가 가득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민주당에서도 과거에 반대했었다"고 했다.

실제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황교안 전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두고 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냈다.

당시 민주당 당대표였던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장이나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헌법학자들의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황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자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와 권한 범위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고건 대행,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때 황교안 대행의 전례를 따르면 논란도 없고 여야 간의 분쟁할 소지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치 관련 법안뿐 아니라 재계 반대가 심한 상법 개정안 등 각종 법안도 한 권한대행이 막아야 할 과제다. 이 대표는 19일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의 정책 디베이트 좌장으로 직접 나섰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토론회에서도 기업들은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은 "행동주의 펀드 영향력 확장에 더해 상법을 개정하면 기업 경영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주주 충실 의무를 해외 투기 자본이 악용하면 이사회의 장기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이형희 SK 수펙스 위원장도 "상법 개정으로 지배 구조 변화 시 장기적 성장 약화 및 내부 의사 결정 지연 우려가 있다"며 "단순한 상법 개정은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에 제한적인 효과만 갖는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기업들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는 기회"라며 "우물 안 개구리가 돼서야 기업이 지속적 성장을 할 수 있겠나 의문"이라며 상법 개정안 강행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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