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계엄령 당시 한동훈 암살조가 있었다는 '김어준발 음모론'에 올라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초 보고서에서 허구가 가미됐다는 평가를 내렸던 것과 달리, 중간 보고서에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19일 박선원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은 내부 보고서를 통해 방송인 김어준 씨가 주장한 계엄 당시 암살조 운용과 관련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음'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냈다.
기존 같은 내용을 다룬 지난 14일 최초 보고서는 판단을 유보하면서 "일부 확인된 사실(정보사 요원의 계엄 가담)을 바탕으로 상당한 허구를 가미해 구성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앞서 김 씨는 지난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암살조, 김어준 등 호송부대 습격, 북한 군복 매립, 미군 사살, 계엄군이 북한산 무인기에 무기 탑재해 공격할 가능성 등을 주장했다.
박선원 의원실은 최초 보고서에서 5가지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한 전 대표 사살과 김어준 습격 등에 '판단 유보'를 결정했다. 북한 군복 매립과 미군 사살, 북한산 무인기 관련 내용은 '신빙성 낮음'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전날 중간 보고서는 이를 모두 '가능성 배제하지 않음'으로 평가를 달리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최초 보고서의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후 중간 보고서가 나왔고, 김 씨의 주장에 대한 평가가 바뀐 것이다.
이유는 분석 전제를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초 보고서는 정보사령부의 내란 개입이 합리적인 행위자에 의해 계획됐을 것을 전제했는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기획했기에 전제가 바뀌었다는 논리다.
보고서는 "노 전 사령관이 극우 음모론에 심취한 사람으로 부대원들에게 '변태, 미친놈, 싸이코'로 불렸다"고 했다.
민주당이 김 씨의 의혹 제기를 보는 시선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태도도 변화하고 있다. 보고서를 만들어낸 핵심 인사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직접 김 씨의 방송을 찾아 미안함을 표했다.
박 의원은 19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에 출연해 "초도 보고가 유출돼 김어준이 거짓말을 한 것처럼 된 것에 미안하다"며 "전제를 노상원으로 넣으면 내용이 완전히 바뀐다"고 했다. 이 말은 들은 김 씨는 박장대소하며 "전혀 섭섭하지 않다"고 했다.
4성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제가 최초로 8월에 계엄설을 말할 때도 (사람들이) 망상가라고 했다"며 "저도 김어준 편든다고 욕 많이 먹는다. 편드는 게 아니라 제보를 받으면 확인하는 것이 제 임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 씨의 영향력이 새삼 다시 증명됐다는 입장이다. 보고서 내용이 유출돼 김 씨가 '음모론자'로 비판받기 시작하자 민주당이 앞장서 그를 두둔해 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선거철이나 이럴 때 김 씨의 영향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보고서 내용이 이렇게 바뀌면 내용 진의야 어떻든 외부에서 보기에는 눈치 본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는 정치권에서 음모론 전문가로 불린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좌초설'을 2016년 세월호 사태에서는 '고의 침몰설' 등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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