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의 공범으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관 기피 신청을 제기해 재판이 중단됐다. 이 대표는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된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선 항소심 소송기록 접수 통지서를 받지 않는 방식을 통해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출마 전까지 최대한 사법리스크를 희석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전날 이 대표 측의 '법관 기피 신청'에 대해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판단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수원지법의 다른 재판부가 법관 기피 신청을 심리할 예정이며, 이러한 절차는 2~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이 대표의 재판 절차는 중단된다.
앞서 이 대표 측은 재판부가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1심에서 중형을 선고한 것을 두고 무죄 추정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재판부를 바꿔 달라고 했다. 검찰은 "공범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재판부 기피 신청이 인용된 전례는 한 번도 없다. 재판 지연을 초래한다"고 반발했다.
당시 재판부도 "명확한 실무상·법률 문헌상 근거가 없다"면서 이 대표 측의 재배당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이 같은 이유로 낸 법관 기피 신청은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재판 지연 목적의 법관 기피 신청에 대해 간이 기각할 수 있으나 "간이 기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판단과 다르게 이 대표는 다른 사건에 대해 재판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대표가 최근 선거법 항소심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고, 소송기록 접수 통지도 수령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결국 이 대표에 대한 항소장 접수 통지를 공시 송달 방식으로 처리했다. 공시 송달은 법원이 송달할 서류를 일정 기간 홈페이지에 공고하면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치다.
이 사건은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2년 2개월이 걸렸다. 선거법 규정인 '6·3·3원칙'(1심 6개월 이내 선고,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을 고려하면 시한을 4배 가량 넘긴 것이다. 정기 인사로 재판부가 바뀌기도 했지만, 이 대표가 재판 연기를 요구하거나 증인을 무더기 신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판을 지연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방탄'에 총력을 기울여 온 민주당은 이전부터 이 대표 재판을 지연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 대표의 유죄 판결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조항에 대해 위헌 법률 심판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위헌 소송이 시작되면 재판이 중단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됐으나 탄핵 정국으로 흐지부지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단식 투쟁에 나섰을 당시에도 재판 지연 논란에 휘말렸다. 이 대표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재판부는 이 대표의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성남FC 불법 후원 사건 정식 재판 일정을 그해 10월로 미뤘다. 당시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출퇴근 단식은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 지연을 위한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선거법 위반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받은 이 대표가 대법원 확정 판결 전 대선 출마를 위해 재판을 미루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선거법 규정에 따라 이 대표 2심, 3심 선고는 각각 내년 2월, 5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인용하면 차기 대선은 늦으면 내년 8월 치러진다. 사법리스크 부담이 큰 이 대표 입장에서 상급심 판결 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바라는 건 본인의 유죄 판결 이전에 대선을 열어 대통령이 되겠다는 걸 삼척동자도 안다"고 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은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본인 재판은 꼼수를 써서 미루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헌법재판소를 향해 "윤 대통령의 파면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 대표는 각종 재판 지연의 기법들을 발휘하고 있다. 사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는데 있어 제1야당의 대표도 예외일 수는 없다"며 "이 대표는 재판부의 신속한 판결을 위해 조속히 이중 잣대를 거두고 당당하게 재판에 임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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