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정지로 국정 공백이 현실화한 가운데, 정부의 주요 정책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국무회의마저 기능 정지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연이은 국무위원 탄핵으로 국무회의 구성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국무회의를 주재해야 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정부 국무위원은 국방부·행정안전부·여성가족부 장관 공석으로 국무회의 구성 정족수를 간신히 넘긴 16명이다. 헌법 제88조 2항에 따라 국무회의는 국무위원 15인 이상 30인 이하로 구성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에 대한 탄핵을 고민하고 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이미 탄핵안 통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민주당발 국무위원 탄핵안이 또다시 국회를 통과하면 국정의 기본계획 등 정부 중요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의 기능 마비는 불가피하다. 탄핵이 추진되지 않더라도 야권의 공세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책임론 등에 부담을 느낀 국무위원들이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경찰은 전·현직 국무위원 8명을 조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무회의가 중단되면 정부 부처 간 협의도 어려워진다. 경제나 치안 등의 문제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국가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민주당이 한 권한대행의 인사권 행사를 견제하고 있어 부족한 국무위원 공석을 채우기 쉽지 않아 보인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권한대행 총리에겐 인사권과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내란특검법과 김검희특검법 등 민주당이 국회에서 단독 처리한 법안을 건들지 말라는 경고다.
이에 대해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MBC 라디오에 나와 "의회 권력이 행사한 입법권에 대해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단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가 있겠느냐는 부분이 있다"며 "이것이 어떤 (탄핵의)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앞서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을 검토했다가 '국정 안정'을 이유로 유보했다. 최근 이재명 대표는 "지금 상태로 총리가 직무대행으로 확정이 됐다"며 "너무 많은 탄핵을 하게 되면 국정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일단 탄핵 절차는 밟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우려는 이미 현실화됐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앞서 방송통신위원장, 감사원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고위공직자를 겨눈 탄핵을 무더기 추진하면서 국정 혼란을 부추겼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의 탄핵 대상에 오른 인사만 20여 명이나 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주요 국정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공직자들의 흔들림 없는 행정을 당부한다"며 "앞으로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긴밀한 당정 소통을 통해 한 치의 국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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