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진보계에서 말하는 시민사회란 무엇일까.
보수가 시민사회를 주창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으나 진보쪽에서 민중에 대한 시민사회의 호소는 많이 보았다.
나는 시민사회를 신용하진 않지만 존재한다고 믿는다. 누구나 정의는 원하기 마련이니까.
그 진보성향의 인간은 그 누구보다 시민사회를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가장 열정적으로 배우고 체득하고 이해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상대가 상대해주지 않겠다는 말에 거침없는 욕을 퍼부었다.
그것도 부모욕, 지역감정, 고성방가 등등.
폭도라는 518을 마치 반란군으로 묘사하는 듯한 의중의 단어는 자제하는 것이 맞고 학생의 소리에 대한 그 진보인의 분노 또한 예상되었다.
그런데 그 진보인은 왜 소리지르냐는 말에 처음에 욕을 하게 되었을까?
그들 사이에서 가르치는 시민사회는 본인 뜻대로 안풀리면 감정을 바로 토해내도 괜찮다는 의미를 감추고 있는 것일까.
혹은 상대방의 모욕과 지역감정에 대한 동등한 모욕을 주는 것이 정당하다고 가르치는 것일까.
믿을 수 없었다. 아닐것이다.
설령 그들 사이에서 설득이 안되면 힘으로 밀어부치거나 모욕을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해도 그것은 파쇼사회지 시민사회가 아니다.
그들도 알것이다.
결국 나는 그들 사이의 시민사회란 것이 얼마나 인간의 감정과 논쟁의 설득욕구 앞에서 무력한 것일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
결국 시민사회란 뭉치는 것 빼고는 어떤 힘을 가지는가.
정녕 국가 시스템적인 권력 견제기능 빼고는 상대적 정의밖에 실현시키지 못한다는 것일까
그마저도 이념을 세우고 세력에 붙으면 정치조직이 된다는 것일까.
마치 상공업의 중흥으로 한없이 무너지다 근대화에 의해 사라진 조선 유교사회처럼 이상이 존재한다고 믿었지만 대세에 굴복하고 힘에 붙으며 민중을 군중으로 만들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