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 수정을 거친 내년도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된 가운데 당장 정부 핵심사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위장수사에 주로 활용되는 검찰과 경찰의 특수활동비가 전액 삭감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마약 등 민생범죄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여아는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총지출 673조3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재석 278명 중 찬성 183명, 반대 94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이날 의결된 예산안은 정부안 677조4000억 원에서 야당 단독 수정으로 4조1000억 원 감액된 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감액 예산은 검찰과 경찰의 특수활동비다. 야당은 대통령실·검찰·감사원·경찰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치안활동비를 전액 삭감했다. 자세하게는 검찰 586억9900만 원, 대통령실 82억5100만 원, 감사원 60억3800만 원, 경찰 31억6700만 원 등 총 761억5500만 원이 단칼에 잘려 나갔다.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명분은 권력기관의 무분별한 정치적 수사였다. 하지만 마약 등 일상에 자리 잡은 민생범죄 수사를 위한 최소한의 경비까지 삭제되면서 일반 국민의 부담도 커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된 마약사범은 총 2만7611명이다. 이는 2022년 1만8395명보다 50.1% 증가한 수치로 사상 처음으로 2만명을 돌파한 기록이다.
특히 2024년 9월까지 적발된 마약사범 1만7553명 가운데 20·30대는 58.%에 이른다. 젊은 층의 마약류 범죄가 온라인상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특활비 전액 삭감은 수사기관에 뼈아픈 대목이다. 경찰 특활비는 마약에서 딥페이크에 이르기까지 주로 각종 온라인 범죄를 검거하기 위해 사용된다.
한 마약사건 전문 변호사는 "마약 수사에 특활비만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전액 삭감됐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사에 장애가 있을 것"이라며 "지출 투명성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일반 국민에 돌아갈 치안 부담이 꽤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에서 마약 거래가 심각한데 삭감된 수사비로는 기존 유통책 검거 작전에 지장이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도 "미국 등 세계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이번 특활비 삭감 선택은 안타까운 점이 많다"며 "최근 마약사범 검거율이 크게 증가하면서 가속도가 붙은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당초 올해 마약 범죄 합동수사본부를 출범할 계획이었다. 한국형 마약청으로 불리는 합수본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논란을 해소하는 한편 유관기관의 전문가로 구성한 컨트롤타워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출범 논의가 잠정 중단 상태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2/11/202412110019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