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내란 상설특검'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비상계엄 사태 수사가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그간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한 피의자를 두고 소환과 압수수색을 남발하는 등 주도권 경쟁을 이어왔는데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수사 주체가 일원화된다.
이에 수사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법조계에선 특검 남발에 대한 우려도 깊다. 더불어민주당이 검경의 서로 수평적 관계에서 협력 수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강행했지만, 도리어 주요 수사마다 수사 주도권 싸움만 격화돼 특검을 남발하는 폐단이 야기됐다는 것이다.
여야는 1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을 통과시켰다. 재적 287인 중 찬성 210표, 반대 63표, 기권 14표로 국민의힘에서도 다수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상설특검법은 일반 특검법과 달리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어 국회에서 통과되면 곧바로 특검이 개시된다. 특검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7조'에 따라 검·경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등 지휘권을 가진다. 또 특검은 기존 수사기관에 수사 자료 제출 및 인원 파견을 요청할 수 있고 해당 기관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이에 응해야 한다.
이에 대해 그동안 검경과 공수처의 주도권 경쟁으로 혼란을 빚었던 수사가 안정화되는 한편, 수사 공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나 경찰이나 국민들 신뢰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나마 남은 게 공수처지만 수사 인력 부족이라는 한계가 있다. 현재로서는 특검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수사기관 간 대화 물꼬가 이제야 열렸는데 특검이 등장하면서 혼란만 더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차례차례 기초수사 단계를 밟고 있는 검찰과 경찰이 합동 수사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직 대통령 수사 사례를 보면 특검에 현직 검사만 100명, 수사관 수백명이 동원됐다"며 "사실상 지방검찰청 하나 새로 만드는 격"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특검이 검찰과 경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으나 현실적으로 인력과 예산만 낭비되고 신속한 수사 등 좋은 성과도 거두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여야가 합의해 검찰과 경찰이 합동 수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공수처나 특검이 단독으로 혹은 같이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경찰 조직과 관련된 부분은 검찰이 담당하고 반대로 검찰이 관련된 부분은 경찰 혹은 공수처가 수사하는 방법으로 진행되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손발을 맞춰 본 검찰과 경찰에 맡기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본다"며 "지난 검경수사권 조정의 취지가 검찰과 경찰이 서로 협력하도록 하는 것 아니었나"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사건을 넘겨받아도 특검이 출범해도 결국 중복수사 논란은 불가피하다"며 "공수처와 특검 모두 독립기관인데 양립하면 그 독립성이 저해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무분별한 특검 남발이라는 지적도 크다.
군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주당의 지난 검수완박이 이번 수사권 혼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사건 이첩을 요구한 공수처가 겪는 인력 부족 문제도 출범 이후 손을 놓은 국회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경과 공수처는 수사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대검찰청이 전날 오후 비상계엄 수사 협의를 진행하자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는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과 공수처가 이에 응하면서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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