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천 거래' 의혹의 핵심 인물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명씨가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며 공천을 보장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명씨는 '공천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명씨 측의 치열한 법정다툼이 예상된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방검찰청은 지난 3일 명씨와 김 전 의원,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 예비후보 배모씨와 이모씨를 기소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김 전 의원을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과정에서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통해 8070만 원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특히 명씨는 예비후보 2명에게서 당시 지방선거 공천 추천 대가로 2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와 증거은닉 교사 혐의도 받는다.
그는 지난 9월 처남에게 이른바 '황금폰'을 비롯한 휴대전화 3대와 이동식저장장치(USB) 1개를 은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후보 2명은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 측에 각각 1억20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소장은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예비후보로부터 돈을 받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는 명씨가 두 예비후보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일부 부인하는 만큼 재판에선 공천 거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시골은 발로 차도 공천"
뉴데일리가 확보한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은닉 혐의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21년 8월 예비후보였던 배씨와 이씨에게 공천 대가를 요구했다.
명씨는 당시 예비후보 2명에게 "서울, 수도권에 있는 시장도 아니고 시골 군수나 시의원 그거 뭐라고, 발로 차도 공천이 된다"며 "오히려 당선되려면 선거 운동도 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놓고 가만히 있으면 당선된다"고 단언했다.
이들과 동석한 김 전 의원과 김 전 소장도 명씨 발언에 동조했고 배씨와 이씨는 각각 현금 3000만 원이 든 종이가방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전달받은 김 전 소장은 명씨의 지시에 따라 현금 총 6000만 원을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 검찰은 이후 명씨와 예비후보 2명이 수차례에 걸쳐 각각 1억2000만 원씩 주고받았다고 봤다.
공소장에는 김 전 의원도 2021년 10월 자신이 본부장을 맡은 대선 캠프 국민민생안전특별본부에 두 사람을 지역위원장으로 선임되게 해 이들의 공천을 도왔다고 적시됐다. 하지만 두 후보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받지 못했다.
◆檢 "김영선, 당선 기대해 명태균에 세비 지급"
검찰은 명씨가 4선 중진 의원이던 김 전 의원의 영향력을 앞세워 '공천 거래'를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 "(명씨는) 김 전 의원을 통해 유력 정치인 등을 소개받았고 정치적 의견 교환이나 조언, 선거 전략 수립, 여론조사 실시 및 결과 제공 등을 통해 그들과 교류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 확장했다"고 적었다.
이어 "명씨는 김 전 의원의 후보자 추천 등을 위한 역할의 대가로 김 전 의원로부터 국회의원 세비 절반을 지급받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김 전 의원에 대해서도 명씨의 '정치 브로커' 역할을 통해 당선될 계획으로 국회의원 세비를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은)명씨의 유력 정치인을 상대로 한 후보자 추천이나 선거운동에서의 역할이 자신의 공천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여겼다"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명씨가 이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자신이 공천을 받아 당선되기를 기대하면서 향후 수령할 국회의원 세비 절반을 명씨에게 지급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정치자금법 위반·증거은닉' 명태균…쟁점은
법조계에선 명씨가 공천을 대가로 현금을 수수했는지 여부는 물론 사라진 명씨의 '황금폰'도 재판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소연 변호사는 "(명씨는)예비후보 2명의 돈을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해주겠다고 과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허세를 부린 적도 없다는 입장"이라며 "유력 정치인들한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공천 대가성으로 대납을 받은 건지 등이 쟁점"이라고 짚었다.
최건 변호사도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를) 실제로 조작한 게 맞는지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씨의 '황금폰'이 이 사건과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인 만큼 실제로 폐기했는지도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명씨의 법률대리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 2일 창원지검 앞에서 "명 씨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면 굳이 검찰에 제출할 필요가 없다"며 "이 땅의 주인인 국민 앞에 언론을 통해 제출하거나 담당 재판부 또는 정권 획득을 노리는 민주당에 제출할 수도 있다"고 말힌 바 있다.
최 변호사는 "황금폰은 구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며 "황금폰을 폐기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꽤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처남을 통해 황금폰을 폐기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9월 30일 명씨 처남집을 압수수색했지만 아직 황금폰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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