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들이 내달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5'의 초청장을 받았음에도 미국 입국비자 발급을 무더기로 거부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개막을 한 달가량 앞둔 CES 참가 중국기업의 직원 상당수가 미국 비자발급을 거부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ES 참가 기업 4000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로 파악되는 만큼 업계에서는 전례 없는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근무하는 한 기술 마케터는 "주중미국대사관에서 비자 인터뷰를 하면서 CES 초대장을 보여줬는데 담당자는 이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았다"며 "CES 참석을 언급하면 90% 확률로 비자가 거부된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SCMP에 말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컨설팅회사 아이엠팩트(iMpact)의 창립자인 크리스 페레이라는 "해외시장 확장을 희망하는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조사한 결과 40곳 중 절반이 직원들의 비자발급 거부를 겪고 있다고 답했다"며 "심지어 코로나 기간에도 CES 참가를 위한 비자는 발급됐었다"고 지적했다.
CES 대변인도 "일부 중국 CES 참석자 또는 전세업체들의 비즈니스 여행 신청이 거부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합법적이고 사업상의 이유로 미국을 여행하는 개인에 대해 비자를 신속하게 발급하고 승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미국 정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하는 등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시기에 비자 거부 사태가 벌어졌다고 SCMP는 짚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미 국무부는 대규모 비자 거부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는 비자발급 장벽을 낮춰 양국간 정상적인 인적·비즈니스적 교류를 촉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 같은 대규모 비자 거부 사태는 이례적인 만큼 미국 내에서조차 정치적 동기를 의심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CES에서 '탈중국화'가 진행된다면 이 박람회가 과연 대표적인 국제 행사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몇년간 중국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진 이 분야에서 미국이 이처럼 폐쇄적이고 보호주의적 태도를 보인다면 글로벌 공급망 안전성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역시 "아직 이와 관련해 공식 답변이 없는 미국 국무부는 조속히 관련 보도 내용을 확인하고 비자·입국 등 정책적 장벽을 줄이는 것은 물론. 양국의 정상적 민간 상업 및 산업 교류에 편의를 제공해 양국 정상의 합의를 실천할 것을 촉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몇년간 미국은 중국과 적극적으로 교류할 의향이 있으나 베이징이 그렇지 않은 것처럼 여러 차례 '대화 거부'라는 딱지를 붙였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CES 비자 거부 사건 등은 모두 미국 측의 말과 행동이 거짓임을 드러냈다"며 "미국이 소통과 대화에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인다면 CES 비자 사건을 시작으로 미·중 교류를 촉진하고자 하는 진정성과 행동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CES 2025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2주 전인 내년 1월7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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