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을 때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문제 삼는 앵커 클로징으로 편파성 논란을 빚은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주말 "검사들에 대한 야당의 탄핵 움직임에, '선택적 분노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고 하면서도 정작 어떤 이들이 이런 목소리를 냈는지 밝히지 않아, 기자의 사견(私見)을 실제 여론인 것처럼 보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노동조합(3노조, 비상대책위원장 강명일)에 따르면 MBC 뉴스데스크 앵커는 지난달 28일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검찰의 선택적 분노?>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소개하면서 "검사들에 대한 야당의 탄핵 움직임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례적으로 인터뷰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며 "김건희 여사 수사 때와는 다른 모습에, 선택적 분노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A기자는 서울신문에 실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인터뷰 발언("후배 검사 2명은 빼고 나만 탄핵하라" "헌법소원 등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하겠다")을 소개한 뒤, 이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2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 중인 민주당의 움직임에, 대검찰청 등 검찰이 며칠째 반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A기자는 "서울중앙지검에 이어 서울남부지검 간부들이 비판 성명을 냈고, 검찰 내부망에는 일선 검사들이 쓴 글("검찰 전체에 대한 보복" "정당이 정략적으로 사회 혼란을 유도하고 있다" 등)이 2백 개 가까이 이어졌다"며 "'민주당이 명확한 범법 사실도 없는데, 검사 탄핵을 너무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많다"는 검찰 내 여론을 전달했다.
하지만 "비판 언론이나 야권은 먼지털기식 수사를 하면서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분노하지 않는 검찰의 '선택적 분노'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며 민주당의 검찰 탄핵 움직임에 반발하는 검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A기자는 이어진 리포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대검 검사급 39명을 전격 물갈이했을 때 '아내 살리려 대통령이 인사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검찰 내부망은 조용했고, 두 달 뒤 김 여사에 대한 이른바 '황제 조사 논란' 당시에도 검찰 내부망은 조용했다"는 점만 언급할 뿐, '선택적 분노가 더 큰 문제'라고 비판한 주체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어 A기자는 "김 여사에 대한 이른바 '황제 조사 논란' 당시 이창수 지검장은 '조사가 잘 됐다'고 했지만, 수사팀은 기억이 안 난다는 김 여사의 진술을 깨지 못했다"며 "김 여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조차 한 적도 없으면서 한 것처럼 거짓 브리핑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무혐의 처분에 대한 국민 분노에는 눈 감으면서, '탄핵으로 형사 사법체계의 공백이 생기면 국민 불편이 가중될 거'라며 '국민'을 입에 올리는 이중잣대. 검찰의 집단 반발이 얼마나 많은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비판으로 리포트를 마무리했다.
해당 리포트가 방영된 이후 성명을 낸 MBC노조는 "앵커부터가 편파적인 클로징으로 정치성을 드러내는 마당에 일반 기자들이야 오죽하랴. MBC 기자들의 보도가 고삐 풀린 소마냥 날뛰며 제멋대로"라며 "기자인가 평론가인가? 기본도 망각한 선동보도가 판을 친다"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민주당의 검사 탄핵 움직임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을 다룬 해당 뉴스의 절반가량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검찰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비아냥 섞인 내용이었다"며 "디올백 수사 당시와 김건희 여사 조사 당시엔 아무런 반발도 하지 않던 검사들이 자신들의 탄핵에 집단 반발하는 것은 '선택적 분노'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런데 "보도를 보면 이 내용은 오롯이 기자 본인의 워딩뿐"이라며 "인터뷰도 없고, 비판하는 세력에 대한 취재도 없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어떠한 시도나 흉내조차 없었다"며 "뉴스가 아니라 게시판 댓글이요, 개인 유튜버의 정치적 논평 수준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MBC노조는 "앞서 뉴스데스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징역형 판결 때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문제 삼는 어이없는 클로징으로 편파성을 드러낸 바 있고, 이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역시나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탓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A기자의 보도도 별다른 노력이나 고민 없이 제작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어 "MBC 뉴스가 한쪽으로만 치우치다 보니, 이런 기본도 안 된 리포트가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그대로 방송되고 있다"고 개탄한 MBC노조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본으로 해야 할 뉴스 리포트가 기자 개인의 주관적 생각만으로 채워지는 노골적 정파보도가 버젓이 전파를 타고 있다"며 "정부·여당 비판 리포트는 뭐라도 가져다 쓰겠다는 자세"라고 비꼬았다.
또한 MBC노조는 "지난달 28일 뉴스데스크는 '게시판 공방' 등 여당에 불리한 뉴스는 빠짐없이 다루고, 대통령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핵심 고리'인 명태균 씨의 여론조사 문제를 별도로 3꼭지나 할애하는 기획보도를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이어 "천주교 사제들의 시국선언도 별도 꼭지로 다뤘고,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도 빠짐없이 리포트했다"며 "대학별로 시국선언 할 때마다 '환영하듯' 별도 리포트로 우대해 주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백현동 개발 의혹 관련 로비스트 김인섭 씨에게 징역 5년이 확정된 뉴스는 '역시나'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MBC노조는 "이유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라며 "또 민주당 신영대 의원 체포동의안을 민주당 주도로 부결시킨 소식도 MBC는 보도하지 않았다"고 MBC의 '편향적 보도' 행태를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MBC노조는 그동안 MBC 뉴스의 데스크와 경영진이 기자들에게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해 온 것이 이러한 편파보도를 고착시키는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과거 박성제 전 MBC 사장은 공개적으로 '적극적 공영방송'이란 말까지 만들어 내면서 공영방송도 정치적 사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MBC의 정파성을 옹호했고, 또 박장호 보도본부장은 과거 'MBC 진보의 가치를 두고 타협하지 않겠다'고 편파성을 드러내기도 했다"며 "여기에 박범수 뉴스룸국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논평이 담긴 보도를 자제시키기는커녕 공개적으로 장려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에 "젊은 기자들은 작금의 MBC 보도 태도가 정상적인 것으로 알고 배울 것"이라고 단언한 MBC노조는 "그렇게 MBC는 망가지고 있다"는 비판으로 성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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