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가 계속되고 있다. 상설특별검사 임명에 여당 후보의 추천권을 배제하는 국회 규칙안을 처리하고, 예산안 심사 법정 기한이 지나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밀어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국회를 보복·방탄의 무기로 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회 문턱을 넘은 상설특검 국회 규칙 개정안을 바탕으로 '김건희 특검'을 현실화할 계획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문턱을 넘은 규칙 개정안은 대통령 또는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서 상설특검 후보 추천 시 여당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7명으로 구성되는 상설특검 특별검사추천위원회의 여당 몫 2명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특검추천위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3명과 국회 추천 4명(1·2 원내교섭단체 각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국민의힘 추천 위원 2명을 합하면 7명 중 4명이 '여당색 인사'가 된다. 특검추천위는 2명의 후보를 과반 의결로 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은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게 된다.
하지만 민주당이 판을 바꾼 추천위에서는 여당을 제외한 원내교섭단체와 의석수가 많은 비교섭단체 2곳이 1명씩 위원을 추천한다. 의석수가 같은 정당이 있으면 의원 선수가 높은 정당이 우선 추천권을 가진다. 제22대 국회 의석수를 적용하면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이 각각 1명씩을 추천하게 된다. 사실상 야당이 원하는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제정된 상설특검법에 의해 특검 출범이 가능한 상설특검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영역이 아니다. 민주당이 즉시 김건희 특검을 진행할 수 있는 이유다.
상설특검의 파견 검사는 최대 5명, 파견 공무원은 30명 이내다. 수사도 60일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별도의 특검법 제정보단 규모가 작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민주당은 각종 의혹을 쪼개 상설특검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사안별로 나눠 상설특검을 계속해서 출범시키고 수사가 개시되면 윤 대통령 퇴진 열기를 고조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여당은 민주당이 바꾼 규칙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입장이다.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을 제기해 사안을 헌법재판소로 끌고 가 결판을 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직 이재명 방탄용 정쟁을 위해 정권을 흔들고 국정을 발목 잡으려는 정략적 계산에 눈이 멀어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민생과 국가의 미래는 완전히 뒷전인 민주당"이라며 "위헌적 위법적인 상설 특검 규칙 꼼수 개정에 대해서는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상설특검과 함께 2025년 예산안을 이용해 윤 대통령을 압박하겠다는 심산이다.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이 대표적 사례다.
개정안은 예산심사 기한(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과 세입부수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도록 한 부분을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2014년 국회 선진화법을 통해 도입됐는데, 민주당이 야당 주도로 예산안을 쥐락펴락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꾼 것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통해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은 국가 예산 발목잡기법"이라며 "헌법에 명시된 예산안 처리 기한을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고의로 지연시키겠다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이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이 부의되기 전 '감액 예산안'을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힐 국회법을 기다리는 대신 자신들이 만든 예산안으로 대못을 박은 셈이다.
국회는 헌법상 예산을 증액할 수는 없고 감액만 가능해 자신들이 증액을 주장하던 예산마저 포기한 채 강공을 폈다. 정부안 대비 4조1000억 원 감소한 673조3000억 원 규모의 감액 예산안이다.
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화폐 예산(2조 원) 등의 증액을 포기했다. 민주당이 비판해 온 고교 무상교육 관련 예산도 증액하지 않았다.
예산 삭감은 대통령실과 수사기관에 집중됐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5100만 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9100만 원)와 특활비(80억900만 원), 감사원 특경비(45억 원)와 특활비(15억 원) 등을 삭감했다. 정부 예비비 2조4000억 원, 용산공원 예산 352억 원도 삭감했다.
예결위 소속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수정안은 원칙도 기준도 없고 오직 이재명 방탄을 위한 분풀이식 삭감"이라며 "정부의 모든 기능을 멈추겠다는 것이다. 역사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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