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무죄 선고에 국민의힘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한 모순점을 지적하며 "항소심에서 뒤집힐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페이스북에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위증교사 한 사람은 무죄라는 위증교사 1심 무죄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11월 15일 징역형 유죄 판결을 존중했듯, 오늘 판결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어 "민주당은 11월 15일 징역형 유죄 판결도 존중하기를 바란다"며 "이럴수록 국민의힘은 더 민생에 집중하겠다. 구태를 청산하고 변화와 쇄신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날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사법부의 판결에 분통을 터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박정훈 의원은 "위증교사 죄목을 형법에서 차라리 없애라"라고 비판했고, 강명구 의원은 페이스북에 "위증을 한 자는 유죄, 위증을 시킨 자는 무죄? 이게 위증교사가 아니면 무엇이 위증교사인가"라며 "항소심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이날 오후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8년 12월 22일 및 12월 24일 각 통화 행위 및 변론요지서 교부 행위를 위증의 교사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 이재명에게 교사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대표의 부탁을 받고 위증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출신 김진성 씨에 대해서는 위증 혐의 유죄를 인정했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에 대한 양형의 이유로 "'김병량과 KBS 사이에 있었던 협의'에 관한 진술을 해 달라는 이재명의 요청을 받고, 법정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않은 사실인 위 혐의의 주체, 내용 및 그 시기 등에 관한 구체적인 사실들에 관해 마치 김병량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는 것처럼 위증을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요청으로 위증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검찰이 항소심에서 치열하게 다툴 부분"이라며 "항소심에서는 결론이 바뀔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율사 출신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민적 납득은 어려운 판결"이라며 입을 모았다.
검사 출신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논리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모순이 엿보이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판결문에 따르면 '교사의 고의가 없었다'고 하는데, 이재명은 김진성 씨를 이미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마음먹고 전화를 했고, '아무것도 기억 안 난다'는 김 씨에게 반복적으로 'KBS와 김병량 전 성남시장이 자신(이재명 대표)을 검사 사칭 주범으로 몰았다'는 자신의 혼자 생각과 혼자 주장을 주입하듯 얘기했다"며 "이재명이 김 씨에게 변론요지서를 제공하면서 '이걸 보면 기억이 날 것이다. 그럼 그대로 하면 된다'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김 씨는 위증으로 유죄 판결받고 500만 원을 받았는데, 교사 행위는 무죄고 고의가 없다? 판결문 자체가 모순"이라며 "2심에서 결과는 뒤집어질 것으로 본다"라고 예상했다.
검사 출신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통화에서 "일단 1심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이 대표의 요청에 따라서 위증을 한 김 씨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하면서 요청한 행위가 교사의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이와 같은 법원의 판단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법률가인 저로서도 법리와 법률가의 양심에 비춰볼 때 (법원 판결이) 타당한지도 의문이 든다"며 "2심에서는 결국 위증을 요청한 행위가 교사에 이른 것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법률적 판단을 할 것이고, 1심 판단에서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4주 동안 거리에서 행해진 민주당의 사법부 압박 시위가 영향을 미치지 않은 판결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판사를 지낸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통화에서 "김 씨는 위증을 해야 할 어떤 동기나 이유가 없었다"라며 모순점을 짚었다.
장 최고위원은 "김 씨는 위증이 인정돼 유죄를 받았는데, 기억이 없다는 사람한테 유리한 증언을 부탁하고 변론요지서도 '기억을 되살리라'고 보냈으며, 증인 진술서에 첨삭지도까지 해준 이 대표는 위증교사가 아니라고 한다면 과연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사법부의 신뢰만 떨어뜨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1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나 항소심 과정에서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특히 1심 판결로 정치적, 도의적 책무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위증한 사람이 있는데, 왜 그런 행위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적 의구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여전히 남아 있는 사법리스크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할 과제이고 사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탄 국회'나 '장외 집회' 행태가 더는 반복돼선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표의 위증교사 의혹을 '통상의 방어권'으로 인정한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1심 재판부의 말대로 이러한 행위가 통상의 변론 활동으로 인정된다면 앞으로 돈과 권력을 가진 피고인들은 누구나 증인과 접촉해 증언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서슴지 않게 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이러한 행위를 적법한 행위로 판단한 악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주 의원은 이어 "법 정의와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사법부가 본 사건을 올바르게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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