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집권 2기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과거 미성년자 성매매 의혹 등으로 인준이 불투명해지자 21일(현지시각) 전격 사퇴했다. 차기 법무장관 지명 8일 만이다.
게이츠 전 의원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불필요하게 장기화하는 워싱턴의 싸움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 따라서 저는 법무부 장관 후보에서 사퇴할 것"이라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13일 게이츠 당시 하원의원(플로리다)을 차기 행정부 법무장관으로 지명했다. 게이츠 전 의원은 공화당 내에서도 극우성향으로 분류됐으나,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확고한 충성심을 높이 평가받았다.
하지만 임명 직후부터 부적격한 인사라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아주 짧은 변호사 경력만 있을 뿐 법률조직 관리 경험이 없는 데다 강경한 성향 탓에 공정성과 중립성을 요구받는 법무장관직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 등이 쏟아졌다.
특히나 과거 미성년자 성매매와 마약 남용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민주당은 물론, 같은 공화당 내에서도 상원 인준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는 의원 시절 성매매와 마약사용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으며 법무장관에 지명되자 13일 곧바로 의원직을 사퇴해 하원 윤리위의 조사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하지만 이후 그가 2명의 여성에게 성관계의 대가 등으로 수십차례에 걸쳐 1만달러(약 1400만원) 이상을 송금했다는 보도 등이 나오면서 논란이 더 커졌고, 공화당과 민주당은 하원 윤리위 조사보고서 공개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게이츠 전 의원은 바로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인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의회를 찾아 법무부 장관 인준 권한을 지닌 상원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어제 상원의원들과 훌륭한 만남을 가졌고, 그들의 사려 깊은 피드백과 많은 분의 놀라운 지지에 감사한다"면서도 "추진력은 강했지만, 저에 대한 인준이 트럼프-밴스 정권 인수의 중요 작업에 부당하게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트럼프 당선인의 법무부는 취임 첫날부터 제 자리에서 준비돼야 한다"면서 대의를 위해 물러나겠다고 부연했다.
이어 "트럼프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전적으로 헌신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것을 영원히 영광으로 생각하고 그가 미국을 구할 것을 확신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당선인도 19일 '게이츠 지명을 재고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해 법무장관 인선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CNN은 게이츠의 사퇴 이유와 관련, 그의 인준에 강력히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많은데다 윤리위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상원 인준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게이츠 전 의원이 인준에 필요한 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전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제119회 미국 의회 상원의 의석 분포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인 가운데 공화당 의원 4명만 이탈해도 인준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 △수잔 콜린스(메인) △미치 매코널(켄터키) △존 커티스(유타) 등 최소 4명이 게이츠의 인선에 완강히 반대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대립해온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게이츠 사퇴에 대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했으며 수잔 콜린스 의원은 "게이츠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게이츠의 사퇴 발표 이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서 "게이츠가 법무장관 인준을 위해 기울인 최근의 노력을 깊이 감사한다. 그는 매우 잘했지만 동시에 그가 존경하는 행정부에 부담이 되길 원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맷은 밝은 미래를 갖고 있으며 앞으로 그가 해낼 훌륭한 일들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법무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내각 자리이지만, 가장 먼저 낙마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CNN은 트럼프 당선인이 아직 새 법무장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NYT는 법무장관 인준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더라도 법무부 운영에 공백이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의혹' 사건과 '대선 패배 뒤집기' 사건 등을 변호해온 토드 블랜치를 법무부 차관에, 에밀 보브를 법무부 수석차관보에 지명했다. 이 둘은 모두 평판이 좋은 법무부 출신이다.
게이츠 지명자의 전격적인 사퇴로 집권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보직에 논란이 되는 인사를 지명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대처해온 트럼프 당선인의 인사방식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도널드 트럼프는 군주가 아니다. 게이츠에 대한 불운한 법무장관 지명의 명백한 교훈"이라며 "공화당 우군들을 아우르는 절대적인 힘을 보여주기보다 그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과거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지명자 등 도덕성과 자질 시비 등으로 부적격 논란이 일고 있는 다른 지명자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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