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정략적으로 활용할 조짐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할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선거법 자체의 문제점을 국회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려 여론전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14일과 15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연이어 올라왔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골자는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를 삭제하는 것이다.
또 현행 당선 무효형의 기준을 벌금 100만 원 이상에서 1000만 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원직 박탈 등이 힘들도록 문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두 법안은 모두 법 공포 후 3개월 이후 시행되도록 했다.
공교롭게도 이 법안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1심 선고 전날과 당일에 발의됐다. 이 대표는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1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상 2심과 3심이 각각 3개월 안에 결론이 나야 한다.
민주당에서 나온 개정안이 현실로 이뤄져 허위 사실 공표죄가 사라지면 이 대표가 재판을 받는 도중에 법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 자체가 면소 판결로 멈춰 설 수 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는 공직선거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당 차원에서 법 시행 여부를 차지하고, 이를 공론화해 상임위에서 법률 자체의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추진하더라도 이를 실현할 방법은 없다"며 "하지만 상임위 차원에서 공직선거법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하고 문제점이 지적되면 우리의 입장을 좀 더 국민께서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더라도 법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사용하면 국회 재표결을 거쳐야 한다. 국민의힘의 동의가 필수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의 이탈표를 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형 기준과 허위 사실 공표죄가 비단 이 대표뿐 아니라 모든 국회의원의 족쇄와 같기 때문이다.
친명(친이재명)으로 불리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여당에서도 이런 법이 불편하고 개정의 필요성을 알고 계신 분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 상황을 배제하고 법안을 살펴보면 오히려 여당에서 호응할 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이 논란이 된 것은 전날 이 대표로부터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나오면서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공동 주최한 '선거운동 자유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토론회' 축사에서 비롯됐다.
이 대표는 전날 서면 축사에서 "지나친 규제와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법 적용은 정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역기능도 지니고 있다"며 "더구나 현행법은 정치 신인의 진입에 한계를 두고 있어 공직선거법의 개정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됐다. 선거법 재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이 대표가 법 개정을 주장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 축사가 지난 14일에 이미 주최 측에 전달돼 1심 선고 전에 작성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같은 토론회에서 친명(친이재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당선 무효형 기준을 언급하며 개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국민이 선출한 그 후보자, 그 당선인 국회의원을 100만 원으로 바꾸자는 게 말이 되냐"라며 "(벌금) 100만 원 갖고 의원직이 박탈되는 이 문제도 한번 같이 검토해 달라"고 했다.
지난 19일에는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도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죄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해당 청원에는 허위 사실 공표 범위 축소, 행위의 정의 조정, 선의의 진술 면책, 표현의 자유 강화 등이 청원의 핵심 내용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쟁점이 된 부분에 개정이 필요하다는 청원이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서 해당 청원에 대한 입소문이 돌고 있다.
여당은 선거법 개정을 거론하는 민주당의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시스템을 망가뜨려서라도 이 대표를 구하겠다는 일종의 아부성 법안이다. 이 대표의 판결 결과를 민주당이 국회의 힘으로 바꿔보겠다는 발상"이라며 "민주당이 이 정도 수준인지 정말 몰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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