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미가 지난달 타결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뒤집고 주한미군 감축 카드와 연계해 재협상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존 협상을 번복하기보단 '확장억제 분담금'을 새로 만들어 한반도 전용 핵무기의 확보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에 예산을 보태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일 발표한 '트럼프 집권 2기의 안보 정책 전망과 한미동맹의 재조정' 이슈 브리프에서 "트럼프 정부에 전례 없는 선물을 안겨줌과 동시에 기존의 한미 핵 공동작계와 핵협의그룹(NCG)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양 연구위원은 "주한미군의 감축은 주한미군의 유연성으로 대체할 수 있다. 주한 미 육군이 감축되면 더는 지상군 전력이 전시에 제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며 "오히려 주한미군의 역내 전개 가능성을 열어둬 병력의 추가적인 유치를 도모할 수도 있다. 미 해병대 전력을 포항이나 제주 등에 추가로 유치하고, 부산항이나 강정항을 미 해군 전력 기지로 공유하여 대북 상륙 능력과 인도·태평양 지역 파병 역량을 동시에 증강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양 연구위원의 제언은 미국의 국가부채와 트럼프의 '실용적 거래주의'를 근거로 한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현재 35조 달러(약 4경8000조 원)에 달하며, 2034년에는 56조 달러(약 7경70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트럼프를 움직이려면 "미국이 원하는 외교·안보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파트너 국가가 바로 한국이라는 전략적 명확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주장하는 방위비분담금 증액이나 주한미군 감축 등 한미동맹의 갈등 요소를 해결하려면 미국의 동맹 재편 의도를 파악하고 새로운 한미동맹의 미래를 그려야 한다는 의미다.
양 연구위원은 "한국은 북핵을 필두로 한 북한 위협을 중점으로 보지만, 미국의 관심은 북한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라며 "미중 패권 경쟁과 인도·태평양 전략의 수행에 있어서 한국이 일본과 동등한, 혹은 그를 뛰어넘는 든든한 파트너라는 인식이 생겼을 때 비로소 한국의 국익을 위해 미국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북핵 문제만 하더라도 단순히 한반도 문제를 넘어 미국에 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미중 패권 경쟁에서의 위협 요소임을 인식시키고, 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춘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며 "상황 인식과 위협에 대한 한미의 공통된 인식이 이해관계의 일치로 수렴되도록 해야 한다. 바로 여기서부터 한미동맹의 진정한 재편이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이 한반도에 갇힌 동맹이 아니라, 동북아의 안정에 필수적이며 중동과 유럽까지 확장할 수 있는 동맹으로서의 발전을 지향할 것을 제언했다. 자유민주주의와 국제질서의 가치 동맹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조와 무역 등 경제 영역에서도 상호 보완의 기능을 하는 동맹까지 발전한다면 한미 양국은 동등한 파트너로서 관계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전사 국제평화지원단이나 육군 제2신속대응사단, 대한민국 해병대 등의 전력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신속대응군(QRF)으로 제공하는 등 한미동맹의 활동 범위를 역내로 확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양 연구위원은 "비록 일본이 미국과 함께 대만 사태 대응을 위한 군사 역량을 늘려가고 있으나, 평화헌법의 한계와 자위대의 소극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억제력 기능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그러나 오랜 기간 연합훈련과 공동작전 등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한미 양국 군의 신속대응군은 대북 억제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유지에 큰 활약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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