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집행유예 선고를 두고 친명(친이재명)계 호위무사들이 총출동해 충성 경쟁에 나섰다. '명비어천가'를 부르며 사법부 비판과 당내 비명(비이재명)계의 정치적 도전을 견제하고 나선 것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전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중에서'라는 글을 통해 이 대표가 연설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게시했다. 이 사진과 로마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장면이 담긴 사진도 붙였다.
그는 명상록의 문구를 인용해 "더 훌륭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신의 사제요, 신의 종"이라며 "고귀한 싸움에 당당히 임하는 투사이며, 격정에 휘말리지 않고 정의가 마음속까지 가득 차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선고를 시작으로 사법리스크가 커지자 이를 '고귀한 싸움'으로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를 보필하는 배우자실장을 지냈다. 현재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맡고 있다.
조상호 전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대표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 비유했다. 룰라 대통령은 중남미 지역에서 좌파의 상징이다.
조 전 부위원장은 18일 페이스북에 "2022년 룰라 브라질 대통령의 헌정사 최초 민주주의 3선은 민주적 법치주의를 무너뜨린 검찰과 법원이 만들어냈다"면서 룰라 대통령이 2018년 4월 구속 직전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을 공유했다.
연설문에는 "내 꿈을 멈추게 하려는 의도는 부질없다. 왜냐하면 내가 꿈을 꾸지 않게 되더라도 그 꿈은 여러분의 마음과 꿈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한 전사의 죽음이 혁명을 멈출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표를 '혁명의 전사'로 표현하며 지지층 결집을 촉구한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 대표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10년간 공직선거 출마가 불가능하다.
오는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와 대장동·성남FC 사건, 대북 송금 사건 재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정치생명의 큰 위기를 맞은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분노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의 위기를 기점으로 비명(비이재명)계가 결집할 것이라는 전망에 '비명계를 죽이겠다'는 발언도 등장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광화문에서 열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 행동의 날'에서 "민주당의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한다"며 "어떤 판결이 나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핵심은 민주당이 분열하냐 아니냐에 있다. 제가 당원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소속인 동료들의 움직임을 '분열'로 규정, 이들이 움직이면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과 함께 정치생명을 끊어 놓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퍼부은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친명(친이재명)계는 사법부를 향해서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가 유죄더라도 당선 무효형을 선고해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논리다.
'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유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0.73% 차이로 낙선한 전직 대통령 후보에다, 현직 국회의원, 제1야당의 대표"라며 "이런 사람이 차기 선거에 나갈 수 없게 피선거권 박탈형을 선고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이건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재판을 통해 유죄를 받더라도 유력 대권 주자의 출마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는 방안도 계속해서 거론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양형은 상식적인 균형 감각을 가지고 하는 것인데, 균형 감각의 수준을 넘어서 아예 작심하고 이 사람을 죽여야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가능할까 싶은 판결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력이 국정 정상화의 걸림돌 규명을 막고 있기에 국민의 탄핵 요구가 있고, 차라리 임기 단축이라도 하자는 목소리도 있다"며 "당이 임기 단축 개헌을 앞장설 생각은 없지만,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당내 비명으로 불리는 인사들은 친명계의 이런 발언이 오히려 운신의 폭을 줄일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권 주자군이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것을 분열이라고 지칭하는 것 자체가 '일극 체제'를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명으로 평가받는 민주당의 한 의원은 뉴데일리에 "이 대표의 신격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일이라 놀랍지 않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을 향해 불합리한 공격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친명계가) 윤 대통령이 정적인 이 대표를 죽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왜 이 대표의 라이벌로 불리는 사람들을 겁박하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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