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원의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아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한 가운데 오는 25일로 예정된 위증교사 사건 재판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위증교사 사건의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보다 죄질이 무겁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이 확보된 만큼 법정구속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위증교사 외에도 정치적 명운을 가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대장동 의혹 등 다수의 범죄 혐의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정치 생명이 매우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특히 대북송금 사건의 경우 1심에서 9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 받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오는 29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부지사와 공범으로 적시된 이 대표도 중형 선고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등 4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이 중 지난 15일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는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혐의 내용을 고려할 때 예상된 판결이었다는 반응이다.
이후 이 대표의 의원직 상실 여부는 항소·상고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현행법상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집행유예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잃고 향후 10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사건 외에도 이 대표가 받고 있는 나머지 재판들에서도 줄줄이 유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다음 대선이 있는 2027년 이전에 이 대표가 피선거권 박탈 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 대표가)대선에는 출마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李 '위증 교사' 1심 선고 25일…법정구속 가능성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의 1심 선고는 오는 25일 열린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 2019년 2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김진성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위증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위증 사실을 자백한 김 씨는 법정에서도 '이 대표의 요구에 따라 위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가 자신에게 위증을 요구한 내용이 담긴 전화 녹취록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앞서 이 대표는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2년 최철호 KBS PD와 함께 김 전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 원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토론회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말했다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다시 기소됐고 김 씨는 이 재판에서 위증했다고 자백했다.
이 대표는 위증이 없었기 때문에 위증교사죄가 성립할 수 없다며 줄곧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법정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혁진 변호사는 "판사들이 제일 싫어하는 범죄가 위증이고 위증보다 더 싫어하는 게 위증 교사"라며 "판사를 속이면 재판이 오판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대표에 대해 재판부가 징역 2년을 선고할 것 같다"며 법정구속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화영과 공모한 '대북송금' 재판도 시한폭탄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서도 제3자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2019년 1월~4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게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를 대납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김 전 회장에게 2019년 7월~2020년 1월 북한 측이 요구한 도지사 방북 의전비용 명목으로 300만 달러를 대납시킨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 대표 등이 그 대가로 김 전 회장에게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과 보증'을 약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 측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가 이미 관련 혐의로 중형을 선고 받은 만큼 그와 공모자로 지목된 이 대표가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건 변호사는 "대북송금을 해 이익을 얻는 주체가 이 대표이기 때문에 이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될 확률은 매우 낮다"며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 대표 사건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지난 6월 쌍방울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와 대북송금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특혜'…'사법리스크' 산더미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재판도 받고 있다. 이들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도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대장동 개발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보도록 이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한 혐의를 받는다.
구체적으로는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직무상 비밀을 의도적으로 유출해 민간업자들이 7886억 원을 챙기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백현동·위례 개발 의혹도 마찬가지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흘려 특혜를 몰아주고 사업에서 배제된 (성남도개공)에게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성남FC 불법 후원금은 구단주였던 이 대표가 2014년 10월∼2016년 9월 성남시 소재 4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33억 5000여만 원을 받고 그 대가로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법조계 "李, 차기 대선 전에 피선거권 박탈될 것"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차기 대선이 열리는 2027년 이전에 피선거권 박탈형을 확정 받아 대선에 출마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서초구의 한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서는 내년 안에 형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반 사건 같았으면 내년 6월 안에 대법원 선고까지 끝났을 것인데 어떻게 보면 이 대표만 재판이 지연되는 것도 특혜"라고 지적했다.
박진식 변호사도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재판은 더 이상 시간을 끌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행법에 따라 위증교사 혐의와 같은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국회의원직이 박탈되고 향후 5년 간 피선거권도 잃게 된다.
한편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는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이 대표가 20대 대선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2021년 8월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의원 배우자 3명과 수행원 등에게 경기도 법인카드로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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