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간 핵군축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 달성 시점까지 한시적, 조건부로 미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이사장은 8일 서울 용산구 로카우스호텔에서 열린 INSS와 화정평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한 '2024년 미국 대선 결과와 역내 안보 환경 변화 전망' 국제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제언했다.
유 이사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든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우리의 외교안보정책의 원칙과 목표로 한미동맹 강화, 자강, 북한의 비핵화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어 "하이브리드 시대를 맞아 한미동맹과 우리의 자체 핵능력 구비 문제는 서로 상충하는 사안이 아니라 상호 병행할 수 있다는, 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발상으로 외교안보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는 지난달 체결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뒤집고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SMA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특별예외조항으로 만들어진 만큼 트럼프의 주장대로 100억 달러(약 14조 원)로 증액하는 것은 SMA의 틀 내에서 쉽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한국 몫 주한미군 주둔 경비로) 요구하는 100억 달러(약 14조 원)는 의미가 없다. 기존 한미 SMA의 틀에서 100억 달러로 갈 수 있는 상황과 환경이 전혀 아니다"라며 "만약 트럼프가 SMA 틀에서 100억 달러로의 증액을 계속 요구한다면 SOFA에 새로운 예외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의 4년은 그냥 지나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일단 12차 SMA에 대해 신속히 국회 비준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SMA가 국회 비준을 받으면 조약적 성격이 있는 양국 간의 합의가 된다. 트럼프가 12차 SMA의 무력화를 시도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일정 수준의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 1기에서와 마찬가지로 SMA에 '작전지원'(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비용)과 '대비태세'(미군의 한반도 순환 배치, 역외 훈련비용, 장비 및 이동 비용 등 한반도 외부 비용) 항목 신설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 확장억제의 두 가지 축인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가 흔들리면 한미 확장억제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박 교수는 "우리가 만약 전략자산 비용의 일부를 보존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러면 대신에 트럼프와 주고받기를 통해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 순환 배치, 상시 배치 수준으로 전개하기 위한 1~2년치 공동계획을 만들 수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핵 대응 작전 계획' 수립이 불가능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것이 가능하다면 아주 확실한 북한 대응의 억제 체제가 되므로 이를 위해서는 일종의 비용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경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조야의 어떤 흘러다니는 얘기가 아니라 여러 가지 루트로 확인한 결과"라며 "(미국에서) 전술핵탄두 재배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만약 이 카드가 대(對)중국 전략에 있어서 유용한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면 핵 옵션을 늘리기 위해 한국과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는 전술핵탄두 재배치를 받고 나아가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선할 여지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하 부연구위원은 방위비분담금과 전술핵 재배치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대만 문제에 대한 한국의 관여도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대만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실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있어야 그 카드를 가지고 방위비 분담금과 전술핵무기 재배치도 같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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