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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파탄 낸 한미일 관계 복원시킨 尹, 美 대선 후 '외교적' 시험대 다시 선다

뉴데일리

5일(현지시각)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전 세계가 숨죽여 지켜보는 초대형 정치 이벤트다. 초박빙 구도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노선 운명도 결정될 전망이다. '승리의 여신'이 해리스의 손을 들어주면 한미일 관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그랬듯 해리스가 당선되면 보호무역주의 강화 흐름 자체는 돌이키기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가 승리하면 북한과 러시아 외교 노선은 물론, 주한미군 주둔 문제 등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력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10일 '집권 반환점'을 맞는 윤 대통령의 최대 업적은 국제 무대에서 탄탄한 외교적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국내 정치에서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의 관계 등으로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외교 무대에서만큼은 정반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외교 성과로는 전임 문재인 정부 때 파탄 난 한일 관계 개선이 꼽힌다. 윤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양국 간 셔틀 외교 복원에 힘썼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일 3국 협력 체계를 공고히 했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하는 데 합의했고, 그해 8월 한미일 3국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안보 결속을 다졌다.

이러한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지난 7월 '한미 한반도 핵 억제 핵 작전 지침' 승인을 통해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미 관계가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된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해리스가 승리하면 한미 관계는 현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직 부통령인 해리스는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해리스도 '보호 무역주의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반면,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리나라에는 악재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구축한 한미, 한미일 간 외교적 합의가 백지화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위협으로 거론된다.

한미일 3국 협력의 핵심은 '대북 공조 강화'다. 그러나 트럼프의 외교 노선은 이와 정반대다. 대통령 재임 시절 김정은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며 친밀감을 과시한 트럼프는 지난달 10일 미시간 디트로이트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핵무기를 가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잘 지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친러 성향인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식을 위해 중재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병력을 파견한 상황에서 트럼프가 어떤 중재안을 내놓을지도 우리나라의 외교 노선에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해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트럼프가 당선되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누가 차기 미국 행정부의 수장으로 선출이 되든 우크라이나 전쟁은 분명히 대한민국 안보에 중대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단계에 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유럽 국가들도 과거에 여러 가지 전쟁 기억을 떠올리며 각자 자국의 국방을 강화하기 위해 다자적으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우리나라에 천문학적인 '청구서'를 내밀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트럼프는 과거 대통령 재임 시절 우리 측에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하며 5조 원을 지불하라고 압박한 바 있다.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한 대담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국가)이라고 규정,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000억 원)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 4일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했는데, 트럼프가 언급한 100억 달러는 한미가 타결한 2026년 방위비 분담금(1조5192억 원)의 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미국은 SMA 협정에 대해 의회 동의 절차가 필요 없는 행정 협정으로 분류한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의 행정 명령으로 언제든 폐기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회의 비준 동의 과정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게 돼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은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한중 관계를 한미 관계의 '종속 변수'로 본다. 한미 관계가 좋으면 한중 관계도 잘 풀리고, 한미 관계가 껄끄러우면 한중 관계도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 반중 정서가 확산하고 있어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중국 견제 정책은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우리나라가 받게 될 충격이 실제로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그간 트럼프 당선에 대비해 '물밑 외교전'을 상당 부분 진행해 접촉면을 넓혀왔기 때문이다.

특히 외교가에서는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김정은에 대해 친밀감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2019년 '하노이 노딜'을 계기로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집권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미국 대선은 북한의 핵 위협과 러·북 군사 동맹, 중동 전쟁과 같은 글로벌 안보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며 "우리나라도 중대한 갈림길에 선 만큼,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기는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많은 것이 바뀔 것이고, 향후 국내 정치도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우리 정부는 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1/05/20241105000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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