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11월5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박빙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결과가 연이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투표를 결정하는 경합주에서 박빙 우위를 보인다는 여론조사가 선거 분석 전망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전국 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진한 것이다.
다만 경합주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여전히 오차범위 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조사도 나오는 등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초박빙 판세가 지속하고 있다.
쉬이 점치기 어려운 판세지만, 누가 이기더라도 '아메리카 퍼스트'는 공고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심화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는 글로벌 불확실성을 배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4년을 버틸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 마련이 시급하다.
미국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와 여론조사 기관 해리스X가 21~22일 이틀간 전국의 투표의향 유권자 1244명을 상대로 실시해 23일 공개한 대선 여론조사(오차범위 ±2.5%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51%대 49%로 해리스 부통령에 앞섰다.
이 기관의 지난달 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4%P 차로 앞섰으나, 한 달 만에 역전된 것이다.
제3 후보인 코널 웨스트와 질 스타인까지 포함한 4인 구도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에 49%대 48%로 1%P 앞섰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투표의향자의 12%는 여전히 누구를 찍을지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부터 나흘간 미국 전역의 등록유권자 1500명을 상대로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47%)이 해리스 부통령에서 투표하겠다는 응답(45%)보다 2%P 많았다.
8월 WSJ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으나, 이번에는 양상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이 16~20일 7개 경합주 등록유권자 53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4일 공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1%P)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49.1%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48.5%)을 근소하게 앞섰다.
7개 경합주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은 팬실베이니아·미시간·네바다·애리조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노스캐롤라이나·위스콘신에서 각각 박빙 우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합주별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애리조나 49.1%대 48.8% △조지아 48.4%대 49.9% △노스캐롤라이나 48.5%대 49.6% △위스콘신 48.0%대 48.3% △펜실베이니아 50.0%대 48.2% △미시간 49.6%대 46.5% △네바다 48.8%대 48.3%로 각각 집계됐다.
문제는 누가 이기더라도 선거 후 미국發 '자국 우선주의'가 심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과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비난하면서 수입품에 대한 10% 보편관세, 중국산에 대해서는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反중국 기조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첨단제품의 대중 수출을 금지하고, 중국산 철강·전기자동차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해 오던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를 해리스 부통령이 그대로 이어받았다.
선거 출마자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좋은 공약을 내놓다 보니 경쟁하는 정당 사이의 정책이 종종 비슷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미국 대선의 경우 두 후보가 내놓은 공약들이 대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동안 주장해온 쪽으로 기울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런 현장을 미국 정책의 '트럼프화(Trumpification)'라고 정의했다. 이민·에너지·세금 같은 국내 문제와 미·중 경쟁 같은 대외 문제가 대부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로 쏠렸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누가 당선되건 미국의 정책만 놓고 본다면 트럼프의 정신이 승리하게 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국제통상경제안보연구부 교수도 누가 당선되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봤다.
그는 "기존의 자유무역주의와 세계화는 미국의 이익을 침해해왔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라며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주의 등 통상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 대선 이후의 국제통상 질서를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주요국들 역시 저마다 안정적인 공급망과 경제안보를 확립하기 위한 전략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14일 영국이 10년간 선진 제조업·에너지·국방 등 8개 핵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투자 2035' 신산업전략 초안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우리도 영국처럼 자국이익 우선, 보호주의 논리가 지배하는 글로벌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국가역량을 동원해 산업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나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모든 통상·안보리스크를 염두에 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체계적이고 과감한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미·중 양국에 대한 높은 수출의존도를 고려할 때 양국간 갈등 심화는 우리 경제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줄여 무역 네트워크를 다각화해야 한다. 또 미국의 새 행정부를 상대로 한국의 대미투자 및 일자리 기여도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해 윈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른 글로벌 경제 질서 변화에 적극 대응해 활로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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