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생산한 반도체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최대 IT기업 화웨이로 흘러 들어갔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 구멍이 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적잖은 파문이 일고 있다.
24일 로이터통신은 대만 정부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고객사에 공급한 반도체가 화웨이 제품에 사용된 사실을 발견하고 약 2주 전인 11일께부터 해당 고객사에 대한 제품 출하를 중단하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TSMC가 대중국 반도체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관련 사실을 미국과 대만 정부에도 통보했으며 TSMC 내부에서는 이를 "중요한 사건"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고객사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고, TSMC 측도 관련 내용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비슷한 내용을 전하면서 해당 고객사가 화웨이를 대신해 TSMC와 거래했는지와 기업 소재지 등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앞서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상무부가 최근 몇주간 TSMC 측에 화웨이용 AI·스마트폰 칩 제조에 관여했는지 문의했다고 17일 보도했다.
화웨이가 이름이 다른 중개사를 내세워 주문을 대신 넣는 방식으로 TSMC로부터 우회적으로 칩을 구매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상무부가 조사 중이라는 것이다.
상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의 수출통제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는 보고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당국은 구체적인 조사 진행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하지 않고 있다.
이어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가 화웨이의 첨단 AI용 GPU(그래픽 처리장치)인 '어센드 910B'를 분해한 결과 TSMC의 반도체가 사용된 것을 발견해 TSMC 측에 알렸고, TSMC는 다시 이를 미국 당국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 이후 TSMC는 "우리는 법을 준수하는 회사이며 해당 수출통제가 포함해 모든 관련 규칙과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규제 요건에 따라 2020년 9월 중순 이후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미국 정부는 2020년 국가안보를 우려로 화웨이가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제작된 반도체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화웨이가 상무부 승인 없이 미국 기술을 이용해 칩을 만드는 것도 막고 있다.
TSMC는 반도체 제조를 위해 미국산 장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미국은 고객사가 제재 규정을 우회하는지 TSMC에 모니터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중신궈지)가 만든 ㎚(나노미터, 1억분의 1m) 공정 프로세서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대중국 제재에 구멍이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간 미국 측은 SMIC가 7㎚ 칩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해왔다. 이번 일로 이러한 의구심이 강해졌다는 것이 블룸버그 평가다.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소속 존 물레나르 위원장(공화)은 "미국 수출통제 정책의 재앙적 실패"라며 "이번 재앙의 범위와 규모에 대해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TSMC가 즉각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TSMC가 화웨이와의 거래에서 미국 수출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상무부가 미국 기술에 대한 일시적인 접근 제한이나 벌금 부과 등의 제재를 가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한편 로이터는 이 같은 사실이 수요가 많은 제품에 대해 수출을 통제하는 것이 기업이나 규제 당국 모두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주는 것이며 동시에 화웨이의 최첨단 반도체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0/24/202410240029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