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을 두고 '패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정치권 최대 세력의 수장으로, 계파 정치의 표본으로 평가받는 이 대표가 여당의 내분을 비판하는 것이 코미디 같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국민이 보기에 정치가 참 답답할 것이다.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며 "심지어 국민은 정치가 뒷골목 거시기들의 패싸움 같다는 얘기까지 한다"고 했다.
이어 "상대를 제거하려고 하거나 아예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면 이는 정치가 아닌 싸움이 된다"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협의·조정하는 과정이 바로 정치"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친명(친이재명계)의 추앙을 받는 제1 야당 대표다. 지난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비명횡사(비명계의 공천 학살을 빗댄 비유) 친명횡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민주당은 당시 공천 과정에서 몸살을 앓았다. 국회의원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던 인사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했다.
총선 과정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뒤 총선에 출마한 현역 의원들은 김영주·이상민(국민의힘), 설훈·홍영표·김종민·박영순(새로운미래), 이원욱·조응천(개혁신당) 등 8명이다.
탈당하지 않았지만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은 수십 명에 달한다. 그 자리는 대부분 '친명'으로 평가받는 인사들이 꿰찼다.
무게감 있는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의 탈락이 줄을 이었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불리는 전해철 의원과 도종환 의원도 경선에서 패배했을 정도다. 이 대표와 2022년 당대표 선거에서 맞선 박용진 전 의원도 '페널티'를 받고 탈락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당선자(175명) 중 127명가량이 '범친명계'로 분류된다. 특히 초선 의원 73명은 대부분 친명계로 불린다. 이 대표와 관련된 대장동 변호사 출신 5인(박균택· 양부남·김기표·이건태·김동아)도 금배지를 달았다.
총선 이후 진행된 이 대표의 연임 과정에서도 계파 정치가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계속됐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최고위원들은 모두 이 대표와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에게 불편한 소리를 한 정봉주 전 의원은 초반 선두 자리에서 미끄러져 낙선했다.
당원 주권주의를 표방하며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높인 것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당내 투표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비명 인사들을 솎아낸 것이다. 이재명 일극 체제가 완성되며 비명계는 정치 현안에 관여하지 않고 몸을 낮추고 있다.
당내 계파정치뿐 아니라 국회 내에서 민주당 친명계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국회에서 여당을 배제하는 일이 일상화됐다.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을 통과시키고 각종 탄핵안이 남발되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 11개를 가져간 민주당은 국정감사 증인 신청 단독 의결도 서슴지 않고 있다. 친명으로 불리는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의 발언권을 수시로 제한하고 퇴장 명령을 내려 비판받았다.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가 여당의 계파 분쟁을 비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명으로 불리는 한 의원은 "이 대표가 민주당 대표가 된 이후 민주당은 완전히 패거리 정치에 매몰됐다"면서 "당이 일극 체제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으로 오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학살이 있었는지 되새겨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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