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정예군을 파병하는 것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규탄 결의안을 낸다. 규탄안에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육군 대장 출신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 폴란드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정부가) 한국산 폭탄을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며 "러시아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적대국으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식 갈라치기 외교가 북러 군사동맹의 빌미를 제공한 요인 중 하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며 "특히 북한에서 러시아에 병력을 보내는 것에 대해 대응한다는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정원은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정예병 파병 사실을 공식화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이 최근 북한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북한 특수부대 1500여 명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했다. 북한의 파병 규모는 1만 명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즉각적으로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 결정에 대한 규탄 결의안을 내기로 했다. 결의안에는 북한 규탄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 전환을 요구도 담겠다는 구상이다. 겉으로는 북한을 규탄하는 듯하면서도 결국 윤 정부를 향한 공세가 담기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등의 조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파병은 결국 우리의 외교가 잘못된다는 방증"이라며 "가치 중심 외교를 말하면서 미국에 굴종적인 자세를 취하고 우리와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중국과 러시아를 완전히 배제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사실상 (북한의 파병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여권의 종북 프레임과 정부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북한에 대한 비판을 적시에 하지 못해 비판을 받아 온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친북 이미지를 희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정부의 비판이 담긴 북한 규탄 결의안에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더 좋은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70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단독으로 규탄안을 발의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
여당은 민주당이 규탄안을 정부 공세용으로 활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규탄안의 탈을 쓰고 북한이 아니라 우리 정부를 겨냥하는 것"이라며 "우리 안보 상황과 맞닿아 있는 예민한 사안에도 문제를 분석하기보단 정부 깎아내리기에만 고민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북한의 파병뿐 아니라 최근 북한의 도발을 모두 종합한 규탄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여당은 북한이 파병으로 인해 얻을 군사·경제적 이익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 대가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북한에 제공하면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파병으로 쌓게 될 실전 경험과 러시아가 파병 대가로 제공할 수도 있는 첨단 핵심 군사기술 등을 대남 도발에 사용할 가능성마저 경고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최근 비무장지대 내 철도 폭파, 러시아 파병 등 김정은 독재 정권의 야만적 만행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 채택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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