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직 경찰관들이 성희롱도 모자라 압수물에까지 손을 댄 사실이 연달아 발각되면서 경찰 조직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은 모습이다. 여기에 조직개편에 따른 내부 불만도 고조되면서 조지호 경찰청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8일부터 25일까지 전국 경찰서를 대상으로 증거물 관리 현황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현직 경찰관이 압수된 금품에 손을 대는 비위 행위가 연이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다.
앞서 강남경찰서는 지난 14일 압수물 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범죄예방대응과 소속 경찰관 A씨가 수억대 금품을 빼돌린 혐의를 포착해 긴급체포했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업무상 횡령, 절도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도주할 염려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또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 소속 경찰관 B씨도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압수한 억대 금품을 빼돌린 혐의를 받아 16일 체포됐다. A씨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금품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다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경찰 간부도 예외는 없었다. 부하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을 한 의혹을 받는 영등포경찰서 소속 과장 C씨는 16일 대기발령 조치됐다.
경찰 조직의 기강 해이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만 해도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은 일선 경찰관들의 비위가 계속되자 '의무 위반 근절 특별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지휘부의 엄중 경고에도 특별경보 발령 약 35시간 만에 경찰관이 시민과 폭행 시비를 벌이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경찰 치안에 대한 국민 불신만 가중됐다.
◆경찰청장 리더십 보여줄까 … "조직 전제에 대한 과학적 진단 필요"
게다가 지난해 전격 단행된 경찰 조직개편에 대한 반발이 점차 거세지는 점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조지호 현 경찰청장은 당시 경찰청 차장으로서 기동순찰대 신설과 중심지역관서 시행 등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진두지휘했는데, 이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불만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직협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찰관 2657명 중 93.4%가 경찰 조직개편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 안팎에선 조 청장이 리더십을 증명해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청장은 경찰청장 후보 시절부터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로 주목받은 만큼 리더십을 발휘해 내부 혼란을 수습할 때라는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관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동기부여와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경찰의 노골적인 범죄는 형사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불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단순한 개인 일탈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에 대한 과학적 진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무조건 밀어붙여서 효과가 없다고 생각되면 자발적 동의를 기초로 한 조직 운영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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