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 적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스타항공 특혜 채용 의혹의 핵심 수사 대상자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던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가 만취운전을 해 경찰에 추가 입건되면서 여론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
전직 대통령 일가로서 비리 의혹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는 와중에 경솔한 처신으로 경찰 수사까지 동시에 받게 된 다혜씨는 자신의 과오에 대해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만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숨겨진 뇌관들이 터져 나올 시점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44)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다혜씨 측과 참고인 조사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
지난달 30일 다혜씨의 서울 주거지와 제주도 별장 등을 압수수색해 자료 분석을 마무리한 검찰이 다혜씨 소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다혜씨 압수수색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사건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조사 일정이)정해진 바는 없다"면서도 "(다혜씨도)수사 대상이니 기초 조사가 마무리되면 부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검찰은 결혼 이후 일정한 수입원이 없던 다혜씨 가족에게 생활비를 지원한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직후 자금 지원을 중단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상직 전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자리에 오른 지 4개월 만에 항공사 경력이 전무한 서씨를 타이이스타젯 전무이사로 채용한 점이 석연치 않다고 보는 것이다.
타이이스타젯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인 태국 항공사다. 서씨는 타이이스타젯 취업 후 2년 가까이 태국에 체류했지만 매월 800만 원의 급여와 350만 원가량의 집세 등을 회사로부터 받았다.
이와 관련 검찰은 문재인 정부 당시 정부기관 및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이 전 의원의 지시로 다혜씨의 전 남편인 서씨가 채용된 정황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혜씨, 文 청와대 출신 변호사 추가 선임검찰 수사의 칼날이 다혜씨를 정조준하면서 다혜씨 측도 변호인을 추가 선임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다혜씨는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비서관을 지낸 이광철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검찰의 참고인 조사 등에 대비해 변호인단을 보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혜씨의 변호를 맡게 된 이 변호사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민정수석을 지낼 당시 민정비서관으로 근무한 인사로 문 전 대통령 최측근 그룹의 일원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핵심 수사 대상자들에 대한 소환이 임박하자 (다혜씨도)대비책을 마련하는 것 같다"며 "해당 의혹은 (서씨)취업에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檢 조사 앞두고 '만취운전'한 다혜씨 … "중한 처벌 불가피"
최근 만취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다혜씨는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경찰에도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목격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 등에 대한 기초 조사를 마친 경찰은 다혜씨 측과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다혜씨는 지난 5일 오전 2시51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 H호텔 앞 도로에서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혈중알코올농도 0.149%)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택시와 사고를 냈다.
다혜씨가 운전한 차량은 지난 2021년 문 전 대통령이 노사상생형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서 정책홍보차 인수한 '캐스퍼'로 다혜씨는 지난 4월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차량을 양도 받았다.
사고 당시 다혜씨는 사고 직후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관들에 의해 이태원파출소로 임의 동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부축하려는 여경의 손을 뿌리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다혜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 등을 적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혐의는 음주 등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다혜씨가 만취 상태로 운전해 행인들을 위협하고 사고가 난 택시 기사가 다치기까지 한 만큼 가볍지 않은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文, 딸 잘못에는 침묵으로 일관 … 野 '선긋기' 주력
문 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일가를 둘러싼 비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는 정치 탄압을 주장하며 줄곧 목소리를 내왔지만 딸 다혜씨의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도 문 전 대통령 일가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연일 정치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다혜씨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서는 선긋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실제 다혜씨의 음주운전 사실이 불거진 이후 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음주운전을 살인 행위로 규정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급속히 확산하자 친문 그룹들은 일제히 선긋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조국 대표는 지난 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다혜씨 자신이 사과하고 책임지는 게 먼저"라며 "문다혜씨는 독립한 성인 아닌가. 자신이 잘못한 것에 대해서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본인이 이미 나이가 많이 든 분인데 스스로 책임지고 스스로 자기 입장을 밝히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7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건 부모(문재인)도 편을 들 수가 없고 본인(문다혜)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음주 사건까지 겹쳐서 문 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부모로서 별로 할 얘기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선긋기에 동참했다. 신 전 의원은 제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 TV토론 본부장을 맡았던 친문 그룹 핵심 일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다혜씨 음주운전)을 둘러싼 논란들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혜씨 개인의 일탈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것"이라며 "(야권의)의도가 어찌 됐든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상황에서 음주운전 범죄를 또 저질렀다는 점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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