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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 담론' 언제까지 피할 건가

뉴데일리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가 '워싱턴선언'을 체결하고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일체형 한미 확장억제체제' 구축에 나서는 등 확장억제(핵우산)를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지지하는 국민 여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 사용이 임박한 순간부터 한국이 억제 수단을 갖추기까지 '치명적인 시차'를 확장억제로 해소할 수 있겠느냐는 불신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체형 한미 확장억제로 북핵 억제가 거의 100% 이뤄지고 있다"는 한국 외교·안보 콘트롤타워의 전제가 현실성을 가지려면 한미는 일체형 확장억제하에서 핵 운용 관련 정보·기획·실행을 공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치명적인 시차'를 해소하려면 북한이 이미 사문화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폐기하고, 한미원자력협정을 조기 개정해 그간 한미 양국이 금기시해 온 핵 잠재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韓 국민들 71.4% "韓, 핵무장해야" … 47.4% "확장억제 불충분"

10일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확장억제는 북핵 위협의 속도와 정도를 따라잡기에 불충분하므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인식은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자체 핵무장 여론은 70%대를 유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국방포럼·서울안보포럼 등 24개 안보단체총연합이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광화문 일대에서 벌인 오프라인 서명운동에는 하루 만에 만 명 이상이 몰렸다.

가장 최근인 지난 8일 발표된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의 공동기획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핵무장 지지 응답은 71.4%에 달했다. '확장억제가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47.4%)은 '충분하다'(41.2%)는 응답보다 6.2%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일본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2022년 9.1%, 2023년 17.2%, 2024년 34.8%로 점차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 19.6%만이 핵무장 지지 … "핵무장 이익보다 손실이 커"

반면, 국내 대다수 전문가는 한국이 핵무장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손실이 크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4월 공개한 '한국의 핵무장 옵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 한국의 전문가들은 34%에 불과했다. 반대한 비율은 54%, 의견을 보류한 비율은 13%로 나타났다.

반대한 전문가 중 43%는 자체 핵무장에 따른 제재와 국제규범 위반에 따른 지위 훼손, 26%는 한미동맹 손상 우려를 반대 이유로 꼽았다. 최근 중앙일보와 EAI의 웹 조사에서도 한국의 핵무장을 지지한다는 전문가들은 19.6%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간 확장억제 강화를 방해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오히려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핵 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가 안보 정책을 결정할 때 국민 여론보단 전문가의 의견을 많이 참고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전문가들이 충분하다고 평가하는 확장억제를 미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나서 강화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의 확장억제 지지 경향, 1990년대 정부의 '핵 주권론자' 탄압 영향?

전문가들의 이러한 수세적인 핵 인식은 일찍이 자체 핵무장을 주창한 선배 세대 전문가들이 겪은 탄압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국내 최초로 한국의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해 온 '평화적 핵 주권론자'인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제11대 통일연구원장)은 정부의 탄압을 받은 대표적인 인사로 꼽힌다.

김 실장은 프랑스 상업위성 SPOT 2호에 북한의 영변 핵 단지가 포착된 1989년부터 북한이 핵 개발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핵 잠재력'을 배양하는 것을 '당연한 핵 주권 행사'로 정의하고 미국의 동의를 얻어내는 동맹외교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당시 노태우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주장을 경청하지 않았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국방연구원 WMD(대량살상무기) 연구팀은 1991년 핵 주권론의 산실이었다. 당시 김 실장과 신성택 현역연구위원(당시 육군 대령)과 김민석 선임연구원(현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상근부회장)으로 구성된 WMD 연구팀은 각종 연구보고서를 통해 핵잠재력 양성을 건의했다.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이들은 수십 편의 대외 기고와 발표를 통해 '평화적 핵 주권론'을 설파하고 '우리핵연구회'를 결성했다.

결국, 김 실장은 '핵 주권 주장이 노태우 정부의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내부 징계를 받고 1994년 연구원을 사직했다가 2001년 복직했다. 신 현역연구위원은 도미했고, 김 선임연구원은 언론사로 자리를 옮겨 군사전문기자가 됐다.◆북핵 고도화, 美 '전략적 인내'와 韓 '폭탄 돌리기'의 결과

한미 정부는 좌우를 막론하고 일관되게 '외교와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해 왔다. 김 실장은 "미국은 수십 년 동안 한국의 농축·재처리 활동, 핵추진 잠수함 건조, 핵무장 등에 대해 '습관성 반대'를 반복해 왔다"며 "앞선 한국 정부는 35년간 '어린 비둘기가 어찌 산을 넘을 수 있겠는가'라고 하면서 핵 안보 과제를 후임 정부에게 떠넘기는 '폭탄 돌리기'를 계속해 왔다. 그리고 미국은 결정적 조치의 부재를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 포장해 왔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폭탄 돌리기'가 수준과 강도만 달리한 채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26일 발표된 한미 워싱턴선언은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 한국의 독자적인 농축·재처리 활동을 금지하는 한미 원자력협정 준수 등을 재확인하는 문구가 담겨 일종의 '3불(不) 약속'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실장은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발표한 선언에 북한이 안심하고 핵 증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메시지를 포함한 것은 외교적 실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국이 수십 년 간 반복해온 무심한 습관적 반대를 또 한 번 반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체형 확장억제가 '치명적 시차' 해소하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은?

정부는 워싱턴선언의 후속 조치로 미국과 '한반도 핵 억제 핵 작전 지침'을 채택하고 '한미 일체형확장억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하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확장억제는 이른바 '치명적인 시차'를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데, 북한의 핵 공격을 가정한 시나리오와 핵 옵션도 현재 한미 연합 작전계획(작계)에 반영돼 있지 않다. 노태우 정부가 시작한 전시작전권 환수(전환)가 마무리되면 '일체형 확장억제'가 작동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이 향후 전작권을 한국에 넘긴 뒤 북한이 핵 공격을 할 경우, 한국은 핵 결정권이 없으므로 일체형 확장억제가 작동할 수 없다는 우려가 예비역 장성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다만, 한반도에서 한미가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하에서 핵 운용 관련 정보·기획·실행을 공유한다면 사실상 나토식 핵 공유와 비슷한 형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한국은 미 전술핵을 수용하는 국가로서 전술핵 유지보관 시설, 핵 공유를 담당할 군사 조직 등을 준비하고 경비도 부담해야 마땅하다"면서 "초기 단계에는 괌 등 인근 지역에 B61-12 스마트 전술핵을 재배치하고, 한미 간 합의에 따라서 미국이 운용하거나 한국의 F-35 스텔스기 등을 이용해 장착·발진·모의탄두 투하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핵 공유 방식을 택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폐기·한미원자력협정 개정 … '안보불감증' 극복해야

한미동맹 차원에서 당장 수행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여기에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과 '확장억제 조항'이 부재한 동맹조약의 개정, 북한이 이미 사문화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 폐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연합작계 개정, 일체형 확장억제 위주의 연합훈련 정례화, 핵 탑재 B-52H 전략폭격기, F-22 랩터 전투기, B-1B 랜서 초음속전폭기, 전략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에 준하는 빈도의 현 상황 등이 꼽힌다.

한미가 그간 금기시해 온 핵 잠재력을 NPT가 금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함양해야 할 필요도 있다.

김 실장은 "'치명적인 시차'를 최소화하면서 제1세대 원폭 제조 잠재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미 사문화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폐기돼야 한다"며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이 개정된 상태에서 농축·재처리 활동과 플루토늄 비축을 시작해야 하고, 수폭 생산을 위한 중수소 및 삼중수소도 비축·관리해야 한다. 핵폭탄 설계와 신속한 핵 탑재에 대비한 투발 수단과 핵운용을 담당할 군사조직도 준비해야 하고, 핵실험을 대체하는 시뮬레이션 능력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라인의 고질적인 '안보 불감증'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최근 한 외교·안보 라인의 최고위급 인사는 "일체형 한미 확장억제로 북핵 억제가 거의 100% 이뤄지고 있다. 북한이 직접 핵 위협을 가할 의지나 여력은 없다"면서도 "한미 원자력협정을 우리가 핵 개발 가능성을 열어 놓으려는 방편으로 협상한다면 진행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이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0/09/20241009001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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