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제3자뇌물죄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법원에 "공정한 재판을 보장할 수 없다"며 '재판부 재배당'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는 8일 오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 이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부의 심리에 앞서 향후 공판이 집중적·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검찰과 변호인 쌍방이 쟁점사항을 정리하는 등 재판을 준비하는 절차다. 준비기일에는 일반 공판과 달리 피고인 출석이 의무가 아님에 따라 이 대표 등 피고인들 모두는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이 대표 측에 "재배당 요청에 대한 의견을 간단하게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 대표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에스는 지난달 30일 법원에 '공판절차 진행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해 달라 요청했다.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지난 6월 이 대표와 공범으로 묶인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재판 1심에서 유죄를 인정해 징역 9년6개월을 선고했는데, 재판부가 이 대표 사건에서 앞 사건 판단의 영향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는 취지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현 재판부가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을 검토해 1심 판결을 내렸다"며 "본의 아니게 이 사건의 수사기록을 사전에 검토하고 이재명 피고인을 대면하는 셈이 돼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어 "현 재판부가 선고한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증거와 이 사건 증거는 상당부분 겹침이 있고 이 중에는 이 대표가 증거로 동의하지 않아 증거 능력이 없는 것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이제 1심 심리를 앞두고 있는 만큼 사전 지식과 편견이 없는 백지상태의 재판부에 의해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재배당 요구 자체가 통상적인 공범 사건에선 보기 힘든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기각 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재판부) 기피 사유는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재배당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일 만한 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재배당 예규는 배당된 사건 처리에 현저한 곤란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이 사건은 그런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재판이 초반인 점 등에 비춰보면 재배당 못 할 상황은 아니지만, 관련 법률이나 대법원 예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명확한 실무에 대한 법률 문헌이 없는 상황에서 재배당 요청를 받아들이면 자칫 또 다른 헌법상의 가치를 저해할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재판부에서는 헌법과 소송법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피고인 인권을 보호하는 형태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재배당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의 사건 기록에 대한 열람·복사가 늦어지면서 다음달 12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갖기로 했다. 이 대표 사건의 수사 기록은 80권 분량인 약 4만 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표는 이 전 부지사와 공모해 대북제재로 불가능한 '황해도 스마트팜 지원' 사업을 북한측에 약속하고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 김 전 회장에게 사업비 500만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2019년 5월에는 지원의 대가로 북한측에 방북을 요청했다가 의전비용을 요구받자 김 전 회장으로 하여금 300만달러를 추가로 대납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회장에게 대납 조건으로 쌍방울그룹의 대북 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 대표를 공범으로 지목했다. 또 이 대표가 대북 송금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로부터 모든 과정을 보고 받고 승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10/08/20241008001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