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전보다 이후에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질의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인공위성 발사 등 다양한 군사적 도발 수단이 있어 미 대선 이전보다는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결국, 핵실험은 김정은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할 수준으로 준비를 마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운데, 외교·안보 국책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는 이날 오후 '2024 한미핵전략포럼'을 개최하고, 한반도 핵전략과 관련한 다각도의 견해를 주고받았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민형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으로의 제한적이고 통제된 핵확산'을 주장했다.
그는 "핵무장한 한국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과 한국의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한국으로의 제한적이고 통제된 핵확산"이라고 주창했다. 한국의 핵무장으로 한미 양국이 각각 치러야 할 잠재적 비용과 혜택을 분석한 뒤 이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의 경우 핵무장으로 치러야 할 잠재적 비용보다 핵무장에 따른 잠재적 혜택이 훨씬 더 크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한국이 핵무장으로 치러야 할 잠재적 비용으로는 북한과의 저강도 충돌 가능성, 한국의 안보를 위한 한미동맹의 역할 약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등이 꼽힌다.
그러나 한국이 핵무장으로 '2차 타격능력'(보복능력)을 갖추면 한국의 핵 억제력으로도 북핵 위협을 크게 완화할 수 있고, 안보 후원국인 미국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므로 안보 정책 결정에 있어 한국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커진다.
또한, 핵무장한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 등 핵 강대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을 강화하므로 미국에 의해 방기될 가능성은 더 적어진다.
그는 "줄리안 필립스의 연구가 보여주듯이 강대국은 핵을 보유한 동맹국의 패배에 대해 비핵 동맹국의 패배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한다"면서 "세계 정치에서 협상력도 높이고, 강대국으로서의 위상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美, 한국의 핵무장에 따른 잠재적 비용>잠재적 혜택"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핵무장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그 이익보다 더 클 수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이익과 관련해 "한국이 2차 타격능력을 갖추면 미국의 확장억제보다 한반도에서 북한의 침략을 더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침략과 팽창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북아시아에서 북방 권위주의 국가 연합(중국·러시아·북한)과 그에 대응하는 민주국가 연합(미국·일본·한국) 간의 잠재적 핵 능력 격차를 줄인다"면서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지금처럼 자주 한미 군사훈련을 실시할 필요를 제거하므로 핵무장한 한국은 미국의 국방 예산을 절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핵무장은 비확산 체제 유지라는 미국의 목표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크며,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한국의 독자적인 핵 억제력은 미국이 한반도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특히 핵무장한 한국은 대북 안보정책 결정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할 수 있다.
김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은 확장억제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국들에게 안보를 보장하고 핵무장 국가의 수를 제한함으로써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해왔다"며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동맹국이 핵무장한 동맹국보다 통제하기가 더 쉽다. 비핵 동맹국을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 의존하게 함으로써 미국은 동맹국의 외교 안보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에 핵무장한 한국의 이익이 비용보다 더 큰지는 궁극적으로 주어진 시점에 각국의 전략적 계산에 달려 있다"며 "미국은 한국 외에 다른 국가로의 핵확산을 제한함으로써 무엇보다 글로벌 핵 비확산 체제와 동맹국에 대한 확장 핵 억제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은 한국 이외 다른 국가로의 핵확산의 제한은 핵 도미노를 방지하고 한반도와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학자 "확장억제 신뢰 어려워 … 한미, '대타협' 돌입해야"
데릴 프레스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국제안보연구소장)는 워싱턴선언과 관련해 미국이 확장억제의 문제점에 대한 원인을 오판하고 신뢰를 재구축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고 지적하며, 1950년대와 달리 핵 억제력은 더 이상 한반도에서 신뢰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프레스 교수는 미국 확장억제의 근간이 약화하면서 한국의 핵심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그 어떠한 성명이나 계획 세션, 또는 전략핵잠수함(SSBN)의 부산항 전개도 북한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 핵전력을 배치한다면 그 핵 억제 논리는 역전되고 말 것"이라며 "북한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핵탄두를 보유하게 되면 북한 지도부는 남한을 위협하고,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격화 단계에 진입하겠다는 협박으로 미국의 대응을 저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미 양국은 지금 서로에게 답답한 마음이 있다. 한국은 확장억제가 점점 더 문제가 되고 있으니 지역안보에 있어서 미국이 더 힘써줄 것을 바란다. 그런데 미국은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 핵 공유와 같은) 실질적인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액션을 취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며 "한편으로 미국도 답답해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위험까지 감수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태평양에서 가장 위협으로 생각하는 중국 대응에 대해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대타협을 제언했다. 한국은 그간의 망설임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안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지역 차원의 노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진일보한 조치를 취하고, 미국은 이에 대한 답례로 자국의 핵전력을 한반도에 다시 전진 배치하거나 나토의 핵 공유 프로그램에 기반한 한국형 핵 공유 협정을 개시하는 방식을 통해 꺼려 온 한국에 대한 핵 보호를 강화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동맹 양 당사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파트너 국가가 필요로 하는 추가적인 안보 조치를 제공할 수 있다. 대신 양 당사자는 각자의 안보 요건 중 하나를 취할 수 있다"며 "한국은 더욱 신뢰할 수 있는 핵 억제력을, 미국은 보다 나은 지역 파트너를 얻게 된다. 현재 한미 동맹 분열을 위협하는 두 가지 문제는 더욱 긴밀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北, ICBM 재진입 기술 완성하면 확장억제 무용지물 … NPT 탈퇴해야"
이정규 전 스웨덴 대사도 미국 확장억제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에 주목하며 한국이 자체 핵무장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NPT 체제를 위반한 북한이 그간 NPT를 충실하게 잘 지켜온 한국을 핵으로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핵확산방지조약(NPT) 제10조(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 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에 따라 한국이 NPT를 탈퇴할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국민이 미국의 확장억제가 있는데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만약 이 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까지 완성되면 확장억제라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안보를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노출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NPT를 지켜온 수많은 나라가 NPT를 위반해 불법적으로 핵을 개발한 북한으로부터 한국이 핵 공격 위협을 받고 있는데 그대로 방치한다면 전 세계에서 어떤 나라가 앞으로 NPT를 준수할 것인가"라며 "NPT에 대한 약속에 의문을 품게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상황이나 그 논리적인 귀결은 한국이 NPT를 나와서 핵무장을 해도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행동으로 국제사회에 비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도 "한국은 NPT 체제의 가장 큰 피해자다. 180개국이 넘는 NPT 회원국 중에서 NPT 의무를 성실하게 준수하다가 적대세력의 핵무장 위협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NPT 체제는 우리에게 무엇을 해줬으며 무엇을 해줄 것인가에 대해 NPT 회원국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NPT 탈퇴보다는, '비엔나협약'에 따라 NPT 이행 정지가 나은 방안"
국제법 전문가인 이창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NPT를 탈퇴하기보다는, NPT보다 우위에 있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상 '조약의 운용 정지, 혹은 이행 정지'를 원용할 것을 제언했다.
이 교수는 "조약으로부터의 탈퇴라는 것은 결국 조약을 종료하는 것이다. NPT 10조에 따른 NPT 탈퇴는 북한이 2003년에 그랬듯이 엄청난 국제적인 파장을 우리가 감수해야 하므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이에 동조하기도 힘들 것이다. 따라서 NPT 문제는 조약을 탈퇴하는 것이 아니라, 이행을 정지했다가 NPT 조약의 의무를 벗어나서 자체 핵 개발을 하든 핵 공유를 하는 식으로 해서 북한과 협상이 시작되면 같이 핵 군축을 하든지 그렇게 해서 다시 NPT의 의무를 받아들이면 된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러시아가 몇 년 전에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바로 종료하지 않고 이행 정지를 한 전례에 주목하는 한편, 북한의 핵 개발에 따른 '사정 변경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결국 북한의 핵 개발로 인해 조약을 체결했을 때는 생각할 수 없었던 상황이 됐다. 이를 법적으로는 '사정 변경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한다"며 "아무리 중대한 조약이 있더라도 그 조약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일 때는 당연히 그 조약 의무를 더 이상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NPT의 중요한 목적과 취지는 핵확산의 금지인데, 북한이 앞장서서 약속을 저버리고 다른 회원국들은 이를 막지 못했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이 지금 북한 핵무기의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다"며 "동북아 안보 지형과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으므로 근본적인 사정변경의 원칙이 적용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동의만 받으면 NPT 문제 같은 것은 우리가 골치 아픈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9/26/20240926003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