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제한법'이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려는 정치적 술수라는 지적과 함께 위헌 시비가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26일 "민주당은 헌법 위에 서겠다는 오만한 발상과 법 집행자들을 협박하는 공포정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호준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에 어제 국회 운영위에서 '재의요구권 제한 법안'과 '사퇴금지법'을 단독으로 상정했다"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입법 독재를 막기 위해 헌법으로 보장된 권한이다.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거대 의석 야당의 입법 독주에 대응하기 위해 헌법에 명시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뜻이다.
국회 운영위원장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 권한 행사에 관한 특별법'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국회 운영개선소위로 회부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하며 퇴장했다. 야당은 아랑곳없이 법안을 단독으로 회부했다.
이 법은 대통령 본인과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인척의 범죄 혐의 관련 혹은 공직자의 직무상 이해충돌 방지에 관련된 경우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회피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에 거부권 행사 기준을 '법안이 헌법의 내용과 취지를 명백하게 위반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시 법안의 명백한 위헌성과 심각한 재정 부담 초래 가능성 등을 소명해야 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해 왔다는 주장을 펼치며 법안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국회 운영위에서 "대통령 자신과 관련된 부분이라든가 가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 재의요구권,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다"며 "이걸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1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역대 모든 대통령을 살펴봤을 때 이승만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정쟁성 법안'이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은 양곡법 개정안과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 전세사기특별법,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이태원 참사 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지원법, 전 국민 25만 원 지급법 등이 있다.
해병순직특검법,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정권을 직접 공격하는 법안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은 의석수를 앞세워 여야 간 합의되지 않은 각종 정쟁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고, 이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 국회로 돌아온 법안이 '재표결'을 거쳐 폐기되는 지루한 절차가 수없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쉬지 않고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을 다시 발의해 통과시키고 있다.
국회에서 만들어낸 법을 대통령이 계속해서 거부하는 모습을 연출해 정치적으로 이득을 보겠다는 전략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여당에 부정적 이미지를 씌우고, 야권 내에서 공공연하게 나오는 '대통령 탄핵 주장'에 명분을 축적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거부권 중독'은 대통령에게 그릇된 이미지를 씌우려는 유치한 전략이다"라고 반박했다.
배 원내수석부대표는 "재의요구권 행사는 대통령제를 최초로 시행한 미국에서도 자주 발생했다"며 "특히 1985년부터 89년까지 제22대 대통령으로 재임한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414번의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합해 보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거부권 중독은 거짓 프레임"이라며 "더욱이, 우리 헌정사에서 이미 이전 국회 대수에서 재의요구 한 법안을 그다음 대수에서 그대로 '복붙'해 재발의한 경우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최초"라고 지적했다.
'대통령 거부권 제한법'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뉴데일리에 "민주당은 '대통령은 나쁜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원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 뜻을 항상 거부하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남용하는 그런 이미지를 끊임없이 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거부권 제한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법리상으로도 무리한 입법 시도라는 해석이다.
신평 변호사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원칙적으로 대통령 거부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기에 이것을 법률로 임의로 제한하고 그럴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은(거부권) 삼권분립의 핵심적인 요소"라며 "그런 법안을 함부로 만드는 것은 우리 헌법의 기본 정신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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