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북한 사회는 반(反)통일 세력과 친(親)통일 세력으로 양분될 것이다. 이는 한국의 대북정책이 명확한 목표와 지향점을 갖도록 할 것이다. 한국은 반통일 세력의 도전에 맞서는 동시에 친통일 세력이 북한 사회의 건설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주류 세력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제13대)은 25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로얄파크 컨벤션에서 한미안보연구회와 화정평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제38차 한미 국제안보학술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 전 원장은 "김정은이 한국을 불변의 주적으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혁명적인 사건이며 북한 내에 '북북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김정은의 결정이 역효과를 일으켜 독재정권의 종말과 통일로 이어지는 엄청난 자살골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핵 문제·남북교류협력 문제 분리 … 대규모 경제협력 추진해야"
전 전 원장은 '북한의 비핵화'는 실패했으므로 핵을 가진 북한을 상대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의 첫 단추로 핵 문제와 기타 남북문제를 분리해 남북 간 인적교류와 협력을 늘리는 '분리 정책'(Decoupling)을 제언했다.
그는 "대북 제재를 유연하게 조정해서 남북 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는 소규모의 온오프식 인도적 지원사업보다는 북한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규모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핵의 완전한 제거 요구를 철회하고, 북한의 핵 능력을 인정하면 다른 현안에 대해 남북한이 대화를 시작하고 관여할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서 핵무기 통제로 기어를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北 정권에는 스마트 제재·北 주민에는 대폭 지원해야"
그러면서 분리 정책과 함께 북한의 정권과 주민을 구분해서 대응하는 '이원화 정책'(Bifurcation)도 제언했다. 정권에 대해서는 표적화된 스마트 제재를 통해 압박하되, 주민에 대해서는 민족애와 인권 차원에서 대폭적인 지원을 하자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분리·이원화 정책의 요체는 전략적 마인드를 갖고 전력을 다해 대북 관여 정책을 실행하면 북한 사회의 변화와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다는 민족의 장래에 대한 확신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일은 북한 인권 문제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해결책"이라며 "북한은 불법 집단에 의해 점거돼 수복해야 할 한국의 영토이고, 북한 주민은 해방해야 할 국민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즉, 미일 양국은 한국의 '하나의 한국 원칙'(One Korea Principle)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북핵과 교류 분리? 北 정권이 배분권 행사하는 현 체제상 어려워"
이날 토론에서는 전 전 원장이 제시한 '분리 정책'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제11대)은 분리 정책과 관련해 "우리가 언제까지 북한 핵 노예로 살아야 하는가"라며 "북한 정권이 배분권을 행사하는 지금 체제에서는 찬성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북한은 우리의 도움을 정권의 권위를 고양하고, 정권의 졸개들한테 더 충성하게 만드는 도구로 사용해 왔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북한 방송이 '남조선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장군을 알현했다'고 보도했다"고 꼬집었다.◆"北을 핵보유국으로 인정? 韓 대신 주요 당사국 될 것"
인지연 북한인권개선과자유통일을위한모임(NANK) 대표(미 워싱턴 D.C. 변호사)는 "결국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어떻게 다른가. 사실상 핵무기 제조, 운용에 대한 기술 수준을 확보한 것'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엄연히 차원을 달리한다"며 "북한이 '핵보유국' 중 하나로 국제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곧 대한민국은 동아시아, 한반도의 국제 관계에 관한 의사 결정국과 협상의 당사국에서 배제되는 위험성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조직적으로 철저한 통제를 받는 사회다. 대규모 경제협력 사업이 추진된다고 해도, 경제 개선의 결과가 북한 주민에게 정당하게 분배되지 않고 결국 이는 북한의 핵무장을 위한 자원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이전 정부들이 오랜 기간 북한에 많은 지원을 했다. 북한 정권의 요구를 수용해왔던 것과 그 시도의 현실적 결과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가속화와 북한 정권의 유지, 공고화에만 유익했다"고 설명했다.
인 대표는 또 "수십 년간 인도주의적 지원의 결과가 핵무기라는 결과로 등장했듯이 또다시 북한 정권에 기만당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이런 문제를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대폭적 경제협력 사업 구상이 가능할 것이다. 선(先) 비핵화 요구는 이러한 과거의 대북 경험으로부터 비롯됐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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