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이 논란의 최선봉 공격수 역할을 자처하며 구설에 올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언급하기 곤란한 계엄령설과 '이재명 테러설' 등을 꺼내 들며 확성기 역할마저 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에서도 '3년 유예'를 주장하며 이 대표 '심기 경호'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화려하게 정계에 데뷔했으나 여러 차례 부침을 겪으며 오랜 세월 야권에서 소외된 상황이 김 최고위원을 '호위무사'로 전락하게 했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앙 정치 무대에서 '비주류'였던 김 최고위원이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스스로 이 대표를 전폭 지지하기 시작하면서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탈당과 신당 창당을 시사한 것을 두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당시 그는 "시대 과제가 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이 전형적인 사쿠라"라며 "이재명 대표와 (대선) 경선을 해서 진 분 아닌가. 이건 사실상 경선 불복"이라고 했다.
이런 동갑내기(1964년생) 김 최고위원을 이 대표는 중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김 최고위원은 '종합상황본부장'을 맡아 선거 전략을 짰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이 대표의 지원사격을 받은 김 최고위원은 스스로 '이재명 집권플랜본부장'이라고 불렀다. 당시 초반 순위에서 밀리던 김 최고위원은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 가장 많은 득표로 당선됐다. 이를 통해 '수석 최고위원'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는 최근 십수년간 중앙 정치 무대에서 주목받을 일이 거의 없었다. 화려한 정치 초년생 시절과 달리 암흑기를 거쳤기 때문이다.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국학생총연합의장을 지낸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제14대 총선에서 28세 나이로 총선에 뛰어들었다.
15대 총선에서는 32세 나이로 국회 입성에 성공, 16대 총선에서도 당선됐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를 맡던 당시 비서실장을 지내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집권여당 서울시장 후보가 되며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자웅을 겨뤘다. 당시 그의 나이가 38세였다.
하지만 2002년 대선을 기점으로 그의 주가는 폭락했다. 그를 전폭적으로 밀어줬던 둥지인 민주당을 탈당해 대선주자로 돌풍을 일으킨 정몽준 전 의원에게 갔기 때문이다.
대선 캠페인이 한창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민주당 노무현 캠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러한 이유로 야권에서 그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원인이 됐다. 최근에도 새미래민주당에서는 그를 "재벌 앞세워 한방에 권력을 잡겠다는 식의 어설픈 정치의 표본"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18대 총선에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면서 타의로 정치권을 떠났다. 이후 피선거권을 되찾고도 당내 주류였던 친노(친노무현)와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압박으로 한동안 복귀하지 못했다. 정치적 동지로 불린 추미애 민주당 의원의 도움으로 간신히 민주당에 복당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38세에 재선 의원이 된 그가 3선 의원이 되는 데는 18년이 걸렸다. 2002년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한 김 최고위원은 21대 총선(2020년)에서 다시 여의도로 돌아왔다.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 속에서 김 최고위원은 이제 '이 대표의 오른팔'로 통한다. 수석 최고위원이 된 그는 강성 지지층이 요구하는 각종 괴담 이슈에 선봉장을 자처하며 여권을 향해 무차별 공세를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신원식 대통령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중심이 돼 계엄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는 계엄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별다른 근거는 없다. 군내 충암고 라인이 하나회와 같은 사조직이라는 주장과 계엄령을 미리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예방설, 정황을 제시할 뿐이다. 이에 대해 여권은 "외계인 세상에 살고 있다"면서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테러설'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저희는 최근 정권 교체 초입에 들어섰다고 말씀드렸는데 (현 정부가) 그 상황을 막기 위해 쿠데타적 계엄이나 테러 같은 것들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와 함께 조국혁신당에 대한 비판, 금투세 논란, 이 대표와 겨뤘던 이낙연 전 대표 측에 대한 비판 등 야권 내 민감한 이슈에는 항상 그가 자리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조국당에 "상하기 시작한 물"이라고 했고, 금투세는 다음 대선(2027년 3월) 이후까지 유예, 이 전 대표가 창당한 새미래민주당에는 "역겨운 이낙연 전 총리 측 인사들은 정계 은퇴하라"고 했다.
최근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제기한 남북 2국가론에 대해서도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동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그를 향한 안타까운 시선이 존재한다. 오랫동안 권력에 목말랐던 김 최고위원이 이 대표의 '심기 경호실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2022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던 남평오 새미래민주당 사무총장은 "(김 최고위원은) 나와 전화 통화에서 이재명과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적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재명이 당을 압도하는 상황이 되자 그의 하수인이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저 이재명 개딸(개혁의딸)에게 잘 보여서 이재명이 불행하게 되면 이재명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욕망의 발로"라며 "김민석은 늘 그랬다. 큰 세력이다 싶으면 그 세력에 붙어서 자신의 역할이 중심에 있다는 것을 과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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