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정당이란 소리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자신 있게 던진 말이다. 그러나 두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국민의힘 지지율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정부·여당의 정확한 논리를 전하는 '고출력 스피커'조차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면서 여전히 '웰빙 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당 대변인 명의로 공식 논평을 내놓은 것은 6건에 불과했다. 10명이 넘는 대변인단을 두고 있음에도 당 입장을 '하루에 한 번꼴'로 전하는 데 그친 것이다.
그 사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더 많은 숫자의 논평을 내놓으며 추석 밥상의 화두에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올리고자 화력을 집중했다. 별도의 추석 민심 관련 기자간담회도 진행했다.
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연휴 마지막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는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해 심리적 정권교체가 시작된 초입 국면"이라며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입에 올렸다.
같은 날 국민의힘은 조용했다. 민주당의 공세에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정쟁을 자제하고 협치를 촉구하는 내용의 논평 두 개만 나왔다. 지도부가 직접 나서 여론몰이에 나선 민주당과 대조적이다.
국민의힘은 현안마다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보단 민주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당 안팎에선 어김없이 '웰빙정당'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는 국민의힘에 우호적이거나 기대감을 갖고 있던 '콘크리트 지지층'의 이탈로 이어졌다.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의뢰)가 지난 14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33.0%, 민주당은 39.6%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민주당은 0.5%포인트 하락한 반면, 국민의힘은 1.6%포인트라는 더 큰 하락 폭을 보였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떨어지며 28%를 기록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1%포인트 상승해 33%로 집계됐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하는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했지만, 최근에는 동반 하락세를 보이면서 '커플링' 현상으로 선회한 것이다.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여당으로 전락한 데는 한 대표의 전략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 민생을 우선하는 정치를 기치로 삼고 여기에만 치중하다 보니 민주당의 정쟁에 맞서지 못하고 오히려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참 안타깝다. 민주당은 원로들이든 전직 대통령이든 적극 활용해 스피커들을 결합시키고 있다"며 "반면 국민의힘은 보수 진영을 끌어모으고 여론과 바람을 확장시켜줄 구심점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연휴가 끝나고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차가운 민심'을 의식한 듯 연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대표는 "추석 민심은 냉담했다"며 "정치권 전체에 대해서 과연 정치가 제대로 할 일을 하고 있는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에 대해 많은 분께서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의힘이 더욱 심기일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더 열심히 하겠다. 결국은 민생이다. 민심을 듣고 민심에 반응해야 한다. 우리부터 모자란 부분을 챙기고 채워가겠다"고 덧붙였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너무 힘든데 정치가 실종됐다는 걱정의 말씀 많이 들었다"며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과 탄핵 빌드업에 몰두하는 민주당의 폭주에는 강하게 맞서 유능하고 강단 있게 대처하라는 말씀도 많이 들었다. 앞으로 정기국회에서 당정이 하나가 돼 국민의 뜻을 받들어 민생을 지키고 미래를 키워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12∼1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2.8%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0.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9/19/202409190022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