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의 대선 레이스가 초접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승패에 따라 외교정책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글로벌 문제 대응을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력 네트워크를 굳건히 유지하는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계승하는 입장인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를 기조로 미국 국익을 우선하면서 동맹에 재정적 안보 책임 분담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북핵을 비롯한 대북 관계에 스탠스가 확연하게 다른 만큼 한반도 정세 역시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후보의 한반도 정책도 이견이 선명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북억지력 유지를 위해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1기 행정부 시절과 비슷하게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을 강조하는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정상외교를 통한 과감한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무엇보다 두 후보의 가장 큰 차이는 동맹을 대하는 관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의 한반도 방위 공약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동맹을 거래대상으로 여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함께 피를 흘린 한미동맹의 70여년 역사가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비용과 무역수지 같은 손익계산이기 때문이다.
그는 4월 타임지 인터뷰에서 한국 "아주 부유한 나라"인데 왜 미군을 두고 방어해야 하냐는 입장을 밝혀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 또는 감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세계 질서를 유지하는 미국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의 안보에 중요한 동맹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새 정강은 "북한의 불법적인 미사일 역량 구축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맞서 동맹국, 특히 한국의 곁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해리스 대선 캠프는 최근 홈페이지에 올린 정책공약 개요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 한 주요 외교활동 중 하나로 "그녀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국에 대한 우리의 흔들리지 않는 (방위) 공약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의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김정은과 잘 지낼 것" vs 해리스 "독재자 비위 안 맞춘다"
북핵 문제에 대한 두 후보의 접근도 극명히 대비된다.
첫 임기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세 차례나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의 대북외교를 업적으로 홍보해왔으며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한과 다시 정상외교에 나서거나 관계 개선을 시도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많은 핵무기를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전제한 뒤 "우리가 재 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 위원장)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나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이나 독재자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른 접근을 분명히 했다.
또한 10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러브레터'를 교환한 것을 언급하면서 독재자들은 "아첨과 호의로 당신(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종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트럼프 재선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해리스 부통령이 몸담은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제재 완화 등 양보를 하기보다는 한국, 일본 등 동맹과 협력해 대북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경우 이런 기조가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고 러시아와 중국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외교나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은 요원해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당이 올해 각각 개정한 당 정강은 앞선 2020년 대선과 달리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단기간에 북한 비핵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양당 모두 군비 통제 등 북한의 핵 능력 관리에 더 초점을 맞추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관측을 낳고 있다. 이 경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하는 순간 NPT(핵확산방지조약) 체제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미국이 이를 포기하진 않겠지만, 그 과정에서 북한의 핵 보유라는 현실을 반영하려는 조짐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의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전략은 협상 상대에게 자신이 비이성적 존재임을 인식 시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국제정치학 용어다.
앞서 김 위원장은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유사시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경제난에 따른 내부 불안을 달래고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이중의 노림수가 담겨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핵 개발과 전쟁 위협을 통해 한국을 예속화하려는 '미치광이 전략'의 연장선이라고도 풀이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 연설은 '대미(對美)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며 "북한이 앞서 핵 무력 정책을 헌법화하고 이번에 민족 관계를 폐기한 것도 모두 차기 미국 행정부에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라는 것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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