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정권 재창출과 백악관 탈환을 목표로 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대선 판세가 점입가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기운 것 같았던 분위기가 해리스 부통령 등판과 TV토론에서의 판정승으로 또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오차범위 내 박빙이 이어지는 가운데 양당의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정책 기조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만큼 누가 당선되더라도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사전에 '다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 여론조사는 물론, 7대 경합주 조사까지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이내로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심층분석하는 '대선 족집게'의 예측도 아직은 어느 한쪽의 실질적 우세와는 거리가 있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이 11일까지 전국에서 근래 실시된 177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바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이 49.4%, 트럼프 전 대통령이 45.8%의 평균 지지율을 각각 보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3.6%p 차로 앞선 가운데 전국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오차범위 내 우위 결과가 조금 더 많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1%p 우위로 나타난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학 조사(3~6일 실시)와 같이 트럼프가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거나 동률을 기록한 조사들도 나오고 있다.
실질적으로 승부를 가를 경합주는 더 혼전이다.
3~6일 미국 CBS방송이 여론조사기관 유거브와 함께 미국 북부의 러스트밸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3개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해리스가 앞섰으나, 오차범위 이내인 1~2%p 차에 불과했다.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최대 승부처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두 후보가 50%대 50%로 동률이었다.
이런 가운데 더힐과 선거 전문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DDHQ)는 11일(현지시각) 대선 승자 예상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확률이 54%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더힐과 DDHQ는 현재의 주별 지지율을 분석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이 226명, 트럼프 전 대통령이 219명의 선거인단을 각각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여전히 승부가 초박빙의 접전 구도임을 시사했다.
즉, 둘 중 누구도 현 단계에서 대선 승리를 의미하는 선거인단 과반(538명 중 270명) 확보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일 ABC방송 주최로 치러진 두 사람의 TV토론 맞대결이 이 같은 초접전 양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가 관심사로 부상했다.
미국 CNN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토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토론을 지켜본 등록유권자 63%는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고 답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5%p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11~12일 양일간 전국 등록유권자 14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오차범위 약 ±3%p)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47%, 트럼프 전 대통령인 42%의 지지를 받았다.
오차범위 이내이긴 하지만, 리드폭이 지난달 말 같은 기관의 조사 때보다 소폭 커진 것인 만큼 TV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판정승한 것이라는 평이다. 지난달 21~28일 실시된 같은 기관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5%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1%)을 4%p 차로 앞선 바 있다.
이 같은 수치가 지지율에 의미 있는 변화로 연결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두 사람은 남은 시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네바다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7대 경합주에 방문 유세는 물론, TV광고 등 화력을 집중하면서 부동표 공략 및 지지층의 투표 참여 독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누가 되더라도 '미국 우선주의' 심화 전망…대응전략 구축해야초박빙 대결세가 지속하면서 외교·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한국에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외교와 통상정책에서 일방주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첫 임기 때처럼 한미 양국이 방위비와 관세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을 우려가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동맹 중시 기조를 계승할 것으로 보여 원만한 관계가 예상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외교·통상 공약을 제시하지 않아 물음표도 일부 남겨두고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아메리카 퍼스트'로 대변되는 '미국 우선주의' 방침이 강해지면 강해졌지 결코 뒷걸음질 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불발 위기에 놓인 것이 대표 사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모두 자국 중심 경제논리와 러스트벨트의 표심을 앞세워 인수 불가를 외치고 있다. 미국의 최우방국인 일본마저도 뒤로 밀리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다.
앞서 한국 기업들은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래 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왔다. 국내 4대 그룹이 투자한 금액만 104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폐기를 공언하는 등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보류·연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반기 가동 목표였던 삼성전자의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은 2026년 이후로 양산시점이 늦춰졌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의 가동도 불투명해졌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이어질 것으로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해리스 부통령은 전기자동차 의무화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기존의 친환경 정책에서 한발 뒤로 물러났다.
이처럼 미국 대선에 따른 투자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은 민주-공화 양당을 대상으로 가용 채널을 총동원하는 등 자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익을 잘 지켜내는 것이 과제인 만큼 우리 정부도 산업계와 밀접하게 공조해 업종별·기업별 맞춤 대응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중전략을 마련해 어느 쪽이 정권을 잡던지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범정부 차원에서 경제·안보 관련 액션플랜을 정비하는 등 미리 준비하고 있다.
김봉만 한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양당의 정책기조가 지난 대선보다 더 확연한 차이를 포여 플랜 A, B 모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등 업종별 맞춤형 준비가 필요한 만큼 정책변화에 따른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도 미국 대선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양병내 통상차관보 주재로 미국 대선 대응을 위한 주요국 상무관 화상회의를 열고, 미국 대선과 관련한 현지 동향과 주요국 대응 동향, 통상 이슈 등을 논의했다. 기획재정부도 현재까지 회의체 소집 등 당장 움직임은 없으나, 내부적으로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9/13/20240913000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