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부장판사 이훈재 양지정 엄철)는 27일 사자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 비서실장에 양형이 부당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 비서실장은 적어도 미필적 고의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게시글의 주요 부분이 진실이라고 받았다거나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방 목적에 대해서는 "게시글은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이거나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 수행과는 무관한 공적 관심사안에 관한 공적 인물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으로서 피고인의 표현의 자유보다 피해자의 명예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되어야 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게시글을 자진 삭제하고 피해자에게 유감을 표시한 점 ▲피해자의 집을 방문해 직접 사과한 점 등을 종합해 원심의 형은 무겁다"고 판단했다.
정 비서실장은 지난 2017년 9월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어 유족에게 고소당했다.
이에 검찰은 2021년 9월 정 비서실장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2022년 11월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1심은 지난해 8월 "피고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은 거짓이고, 피고인이 글의 내용을 진실이라 믿을 만한 합당한 근거도 없었다"며 정 비서실장에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정 비서실장이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주장한 '노 전 대통령이 부부싸움 끝에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보고 이를 허위로 판단한 것이다.
사자명예훼손죄는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사자(死者)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정 비서실장은 검찰이 구형한 벌금 500만 원보다 무거운 실형을 선고받자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단이 내려졌다"며 항소했다.
정 비서실장은 재판이 마친 뒤 "송구하다"며 "노 전 대통령 일가가 건강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한 뒤 법원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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