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민 메신저' 텔레그램 CEO 체포 … 러시아 사회 '술렁'

러시아의 '국민 메신저' 텔레그램의 CEO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 수사당국에 체포되면서 러시아 사회에 작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SNS 앱이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시작된 뒤 그 활용도가 더 커졌다.

러시아군은 전장에서 텔레그램을 주요 통신수단으로 활용했다. 또 크렘린궁을 비롯한 정부기관은 당국의 입장을 발표하고 정책 등을 알리는 데 텔레그램 채널을 이용하고 있다.

러시아군과 정부가 텔레그램을 적극 이용하는 것은 이 앱의 강력한 보안성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국적자인 두로프가 2013년 그의 형과 함께 개발한 텔레그램은 그간 강력한 암호화로 개인정보 보호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폴리티코는 러시아군의 텔레그램 활용은 자체 보안통신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텔레그램과 크렘린궁의 관계를 취재하는 단체 '크렘린그램'의 대표 나자르 토카르는 "요즘에는 텔레그램에서 우크라이나 군용차량을 불태울 사람을 모집하는 캠페인이 인기를 끈다"면서 러시아 당국이 모든 일을 텔레그램을 통해서 한다고 설명했다.

군과 정부조직을 넘어 일반 러시아 국민의 삶에도 텔레그램은 깊이 파고들었다.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국민의 50%가량이 정보를 얻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텔레그램을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쟁이 시작할 무렵 기록한 38%보다 10%p 이상 증가한 수치다.

나아가 텔레그램은 전쟁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을 쏟아내는 장(場)의 역할도 해왔다.

친정부 블로거들과 미디어는 전쟁을 지지하는 입장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텔레그램을 활용하고 있고, 정부의 탄압을 받는 독립언론들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알리고 있다.

◇두로프 체포, 러시아군 넘어 러시아 전역에 후폭풍 우려이런 가운데 두로프의 체포는 러시아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 당국자들은 두로프가 수사받는 과정에서 텔레그램의 암호화된 정보를 푸는 방법을 털어놓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보기관과 가까운 한 텔레그램 채널에 따르면 국가안보 당국자들은 이날 휴대전화에서 텔레그램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로프의 체포가 텔레그램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NYT는 텔레그램의 "자금조달이 복잡해지면서 이 회사가 향후 재정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며 "두로프의 체포는 전쟁을 기록하는 지배적인 매체로서의 텔레그램의 지위를 위협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두로프의 체포가 텔레그램의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NYT는 텔레그램의 "자금조달이 복잡해지면서 이 회사가 향후 재정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며 "두로프의 체포는 전쟁을 기록하는 지배적인 매체로서의 텔레그램의 지위를 위협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프랑스 검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두로프가 '익명의 인물'에 대한 광범위한 범죄수사의 일환으로 체포됐으며 이와 관련해 △마약 유통 △돈세탁 △조직범죄 △아동 포르노 유통 방조 등 12가지 혐의가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마크롱 대통령은 26일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 옛 트위터)에 게시한 첫 공석 성명에서 두로프 체포는 "정치적 결정이 아니며 진행 중인 사업 수사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