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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선일보 논설위원-국정원 직원, 여성 기자 사진 공유하며 성희롱(역겨움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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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수호 레전드

[단독] 조선일보 논설위원-국정원 직원, 여성 기자 사진 공유하며 성희롱 

www.mediatoday.co.kr

▲사진=미디어오늘 자료 사진

▲사진=미디어오늘 자료 사진

현직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국가정보원 직원이 친분 있는 여성 기자들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성희롱 대화를 일삼아 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최소 3명의 피해사례가 확인됐다.

 

20일 취재를 종합하면 조선일보 논설위원 A씨와 국정원 직원 B씨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평소 모임을 갖는 여성 기자들을 특정해 성적 발언을 주고 받았다.

오랜 시간 언론계에서 일한 논설위원 A와 국정원 대변인실 근무 경험이 있는 B는 다양한 언론사 기자들과 여러 모임을 가져왔다. 이렇게 유지해 온 복수 모임에 속한 여성 기자들이 성희롱 피해자가 됐고, 관련 대화에서 일부 반복적인 패턴이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대화를 입수한 경위와 구체적 시점 및 피해자 정보는 공개하지 않고,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소속기관과 주요 직책까지 밝히기로 했다. 대화 내용은 성희롱 발언의 유형과 심각성 설명에 필요한 일부를 발췌해 공개한다.

이들 대화에선 주로 A가 특정 여성 기자 사진을 B에게 전송한 뒤 성희롱이 이어졌다. 일례로 A가 식사 자리에 있는 여성 기자 사진을 찍어 보내자 B는 “맛나보여요”라고 답했다. 이후 A가 “쫄깃쫄깃” “물많은 스타일” 등 표현을 쓰는 동안, B는 “싸겠네” “찰질듯”과 같이 성적 행위를 연상시키는 대화를 나눴다.

이처럼 A·B 대화에서 여성 기자는 성적 만족감을 주는 수단이나 도구처럼 소환됐다. 단적으로 A가 또 다른 식사 자리에서의 여성 기자 사진을 B에게 공유하면서 “자지뿌러지기 직전”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례가 있다. 이에 B는 “싸고싶네요”라고 답했다.

성희롱 대화는 업무 시간대 취재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출입처를 찾은 A가 한 여성 기자가 중심에 있는 사진을 공유하자 B는 해당 기자 외모를 언급했고, A가 “화장실 다녀오셔요”라고 한 뒤, B는 “두번은가야…”라고 화답하는 등 역시 성적 행위를 암시하는 대화가 이어졌다.

여성 기자의 SNS 사진을 성적 맥락에서 공유하기도 했다. A가 여성 기자의 개인 SNS에서 해당 기자 얼굴과 새해 인사가 담긴 사진을 캡처해 공유하자 B는 “내가 아프지만 좋게 해줄수있는데ㅎㅎ”라고 했다. A가 여성 기자 전신이 보이는 사진을 공유하며 “즐저(즐거운저녁)하셔요”라고 한 날엔, B가 “여리여리하네요^^ 핥고싶다”라고 답했다.

A·B가 특정 일시·지역을 언급하면서 모종의 행위를 도모할 수 있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사례도 있다. 한 여성 기자에 대한 성적 발언을 이어가던 A는 특정 요일·초성과 함께 “가만두면 안됨요”라고 했고, “함 가시조”라는 B의 말에 A는 “꼭” “○시 ○분”이라고 특정 시각을 보냈다. 전후 내용을 보면 누군가와 만남이 예정된 일정으로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B가 올해 발령된 지역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성적 발언을 이어가던 A가 B에게 “C에서 할 수 있음”이라고 말한 일이다. C는 B가 근무 중인 국정원 지역 지부가 위치한 곳으로, 실제 C지역에서 A·B가 여러 그룹별 기자들과의 모임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A와 B가 사진을 공유하거나 성희롱 발언을 한 대상은 모두 A보다 연차가 낮은 여성 기자들이다. 취재원과의 인맥 유지가 주된 업무인 언론계에서 유력 언론사인 조선일보 논설위원과 국정원 직원이라는 지위로 여러 모임을 만들고, 그렇게 관계를 맺은 동료·후배 여성 언론인을 성적 만족감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왔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A논설위원은 지난 19일과 20일 “그런 식의 대화를 나눈 적은 없다”며 “무슨 자료를 봤는지 모르겠는데 (개인 휴대전화에)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정말 미스터리”라며 “(사진을) SNS 같은 데 올리면 아는 사람이니 반가운 마음에 보내서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는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의 대화가 이뤄진 기간, 피해사례로 제시한 부분만 남아 있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정확히 딱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런 취지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B는 현재까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번 사안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성격이 있다고 봤다. 김 소장은 “(A·B 대화는) 직위나 위치를 이용해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을 성적 희롱, 모욕의 대상으로 계속 공급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단톡방 등에서의 성희롱보다 업무상 지위를 갖고 실제 성폭력을 도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기자라면 누가 언제 피해자가 될지 모르는 패턴이 있다. 동종업계 동료들 전체에 대한 행위로 규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가해자를 빨리 분리 조치하고, 처벌하고, 징계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함으로써 반복되는 행위를 차단하고 멈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진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여성 기자들의 성적자기결정권 및 인격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행위”라며 “성적 발언의 지속성 및 반복성, 특히 가해 행위자들 간이나 피해자들과의 관계성 등을 고려할 때, 성적 괴롭힘의 고의성이 매우 크고 악의적”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인 B의 경우를 두고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성희롱에 해당함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러한 ‘성적 괴롭힘’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성희롱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사안처럼 업무상 위계 위력 관계에 있는 주체에 의한 성희롱은 그 자체로 권력형 젠더폭력의 대표적인 유형이므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시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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