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5일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 4451p 폭락하면서 사상 최대 낙폭을 경신했다.
현지 방송 NHK,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외신을 종합하면 닛케이지수는 이날 직전 거래일보다 12.4% 하락한 3만1458에 장을 마감했다. 오후 장 중 한때는 3만115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전 거래일인 2일에도 2246p 급락했던 닛케이지수의 이날 낙폭은 3836p가 떨어졌던 1987년 10월20일 '블랙먼데이'를 뛰어넘어 가장 컸다. 4451p가 한 번에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락률도 '블랙먼데이'에 기록한 14.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앞서 닛케이지수는 2일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와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에 따른 엔화 강세 전환 등으로 5.81% 하락한 3만5905에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7월11일 종가 기준으로 4만222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를 경신했으나, 불과 한 달 만에 1만766p 하락해 3만2000 선마저 붕괴했다.
이로써 올 초부터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목을 끌었던 닛케이지수는 지난해 말 종가인 3만3464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이 됐다.
시장에서는 경기침체 우려가 짙어진 미국 뉴욕증시 영향으로 외국 기관투자자, 헤지펀드, 개인투자자 등 시장 참가자 모두가 보유 주식을 투매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닛케이는 이날 주가 폭락에 대해 "2일 발표된 미국의 7월 고용통계에 따른 미국 경제 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며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 등 시장 참가자 전원이 주식매도로 움직였다"고 짚었다.
이어 장중 상황에 대해 "자리가 가득 찬 극장에서 누군가가 '불이야라고 절규하는 때와 같은 광경"이라며 "더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어 시장 혼란이 지속했다"고 전했다.
닛케이기초연구소의 이데 싱코 수석 주식전략가는 "시장 참가자 모두가 단번에 시장으로부터 자금을 퇴피시키려고해 매도가 매도를 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달러 환율이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로 141엔대까지 떨어지면서 일본 기업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수출 관련 기업 주가가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NHK는 짚었다.
엔/달러 환율이 141엔대로 떨어진 것은 올해 1월 초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엔/달러 환율은 이례적인 엔화 약세로 지난달 초에 161엔대까지 치솟았으나, 불과 한 달 만에 20엔가량 하락했다.
아울러 일본 종합주가지수인 토픽스(TOPIX)도 이날 12.2% 하락했다.
이와 관련, 오사카증권거래소는 토픽스 선물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토픽스 선물거래에 대한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3월15일 이후 약 13년 만에 처음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날 오후에는 닛케이주가 선물거래에 대한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돼 약 10분간 매매가 중지됐다. 닛케이지수 선물거래에 대한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유럽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 무렵인 2016년 6월24일 이후 최초였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경제지표가 잇따라 좋지 않아 금리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는 데다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하락폭을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주 나온 미국의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악화하고 제조업 부진도 심해지면서 침체 공포에 패닉셀링이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금융시장 전체를 흔들었다.
한국과 호주 증시는 각각 6%, 3% 낙폭을 그렸고, 대만 증시도 6% 넘게 밀렸다.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로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 그대로 하룻밤 새 얘기가 바뀌었다"며 "투자자들은 7월 미국 일자리 수를 통계적 특이점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미국이 지금 더 심각한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었는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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