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대 좌우 '강성 친명' 혁신회의 … 권력 위해 '민주' 가치마저 짓밟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이하 혁신회의) 세력 과시의 장이 되고 있다. 현역 의원만 31명이 참여하는 '친명'(친이재명) 모임인 혁신회의가 강성 당원을 등에 업고 조직적으로 최고위원 후보의 당락을 좌우하는 모양새다.

친명계로 불리는 한 민주당 의원은 5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아무래도 당원들이 이재명 후보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전략적 투표를 하는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혁신회의라는 조직이 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어떤 투표를 강제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이재명 당대표 후보 강성 지지 당원들의 선거 추이는 지난 부산·울산·경남과 호남 순회 경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최고위원 5인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김민석 최고위원 후보는 직전 경선까지 종합 득표율 4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재명 후보가 첫 지역순회 경선 이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로 김 후보를 불러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고 하자 반전이 시작됐다.

수석최고위원을 노리는 김 후보는 자신을 스스로 '이재명 집권플랜본부장'이라고 명명해 이재명 마케팅에 나섰다. 효과는 빨랐다. 김 후보는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이어진 부·울·경 순회 경선에서 모두 득표율 1위를 차지해 종합 2위로 뛰어 올랐다.

이후 김 후보는 지난 3 전북 순회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던 정봉주 후보를 밀어냈고, 전날 광주·전남 경선에서도 선전하며 종합 득표율 1위(17.58%)를 유지했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다.

또 다른 '개딸 수혜자'는 한준호 최고위원 후보다. 개딸들은 한 후보가 6위에 머물자 그를 '이재명의 남자'라 부르며 표몰이에 나섰다.

그러자 순위가 요동쳤다. 한 후보는 지난 3일 자신의 고향인 전북에서 21.27%를 득표했다. 광주·호남 경선에서도 각각 11.67%, 12.51%를 얻어 종합 득표율 6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이제 강성 지지층의 눈길은 김병주 최고위원 후보로 향하고 있다. 김병주 후보는 호남 순회 경선을 거치며 3위에서 6위로 밀렸다. 불과 일주일 만에 '당선권 밖'의 신세가 됐다.

이에 '개딸'은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원하는 최고위원이라는 점을 앞세워 김 후보 지지를 예고한 상태다. 심지어 이들은 김 후보를 '주블리'(김병주+러블리)라고 부르고 있다.

이에 김 후보는 전날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후보님이 아침에 전화가 왔다. 걱정이 된 거다. 제가 계속 밀리니까"라는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개딸'은 김민석 후보와 한준호 후보가 당선 안정권에 들어갔다고 판단, 김 후보에게 표를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전을 펴고 있다.

혁신회의는 전당대회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도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선거가 완료된 13개 지역 중 7명이 혁신회의 출신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내에서는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다. 사실상 혁신회의가 주도해 당내 줄 세우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경쟁자인 김두관 당대표 후보는 이들을 '하나회'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전날 대의원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우리 당의 운명은 혁신회의가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런 행태는 군 사조직이던 하나회를 연상시킬 정도다. 총선 뒤 전국 곳곳을 장악해 가면서 다음 지방선거에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회의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혁신회의에 대한 모독을 넘어서 지금껏 당원들의 기대와 열망으로 이뤄내고 있는 정치 혁신과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역사를 모욕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혁신회의 간사인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혁신회의는 당원들의 자발적인 원외 조직"이라며 "제22대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고 별도 협력의원단과 연구단체에 속해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일각에서 혁신회의를 보는 눈은 곱지 않다. 이재명 후보가 2022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검찰 하나회' 발언을 했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검찰이 하나회를 만들어 사회 요직을 다 차지한다는 주장을 편 것인데, 정작 이 후보가 민주당을 사실상 '사조직'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의 현실을 외면하고 '당원들의 선택인데 어쩌느냐'라고 말한다면 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느냐"면서 "민주당이 특정 세력에 의해 휘둘리는 모습부터 시정하지 못한다면 대통령 후보는 될 수 있어도 대통령은 못될 것"이라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