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0)'. 제22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처리한 법안의 숫자다. 거대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개원 두 달 간 민생법안은 외면한 채, '방송 4법',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등 쟁점 법안에만 몰두한 결과다.
◆'필리버스터→거부권→법안 폐기' 쳇바퀴
3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는 지난달 30일로 개원 두 달을 맞았다. 그러나 거대 야당 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법안만 밀어붙였고, 7월 임시국회는 마지막 회기까지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까지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총 6개다. 해당 법안은 이미 폐기됐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및 국회 재표결로 곧 폐기 절차에 들어간다.
야권이 단독 처리한 22대 국회 1호 법안인 '해병순직특검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거쳐 지난달 4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뒤 지난달 25일 재의결 실패 후 폐기됐다.
장장 111시간에 걸쳐 진행된 필리버스터 끝에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모두 통과한 '방송 4법'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재표결 후 폐기' 과정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인다.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되거나 통과 예정인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도 같은 전철을 밟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달 내내 힘들었다. 열심히 싸웠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그 끝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생산성도 없고 효율성도 없다. 남은 것이라고는 정쟁뿐이다. 지금 국회는 민생을 외칠 자격이 없다"고 혀를 찼다.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입장문을 통해 "바보들의 행진을 멈춰야 한다"며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지는 증오의 굿판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규탄했다.
◆'일하는 국회법'이 놀고 있다
여야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며 2020년 12월 재석 263명 중 229명의 찬성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2021년 3월부터 관련 제도가 시행됐고, 국회 각 상임위원회는 법안소위를 매달 3회 이상 개최해야 하는 의무를 갖게 됐다.
그러나 스스로 발의하고 통과시킨 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22대 국회에서 해당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상임위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만이 7월 한 달간 법안소위를 3번 이상 열며 최악의 성적표는 면했다.
17개 상임위 중 두 달 내내 법안소위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은 곳은 13개에 달했다. 이는 여야 충돌로 소위원회를 아직 구성하지 못한 탓도 있다. 상임위 소위 구성에서조차 여야 협상이 '올스톱' 상태인 셈이다.
전체회의 개의 현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1일 22대 국회 첫 전체회의를 열며 '최악 지각 상임위'라는 오명을 떠안게 됐다.
국회 운영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정무위원회는 두 달간 전체회의를 각각 3차례, 6차례, 5차례 진행했지만, 업무보고 혹은 현안 질의만 실시했을 뿐 법안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외에도 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등 전체 상임위 절반에 달하는 8개의 상임위가 법안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반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부터 전날까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은 총 465차례 진행됐다. 국회 공보기획관이 매주 진행하는 정례 브리핑을 제외하더라도 458건의 기자회견을 여야 정치인들이 진행했다. 하루 평균 7.1회의 기자회견을 한 셈이다. 이는 국회의원의 본업인 입법 업무 대신 '여론전'에 치중했다는 방증이다.◆국회 개원 두 달 만에 징계안만 '6건'
여야 극한대치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도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이날 기준 국회 의안접수시스템에 등록된 국회의원 징계안은 총 6건(정청래·한기호·정점식·김병주·주진우·최민희)이다.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난 시점임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4년간 발의된 의원 징계안은 53건으로, 22대 국회는 개원 60여 일 만에 지난 국회 전체 징계안의 10%에 다다른 상황이다.
징계 사유를 살펴보면 여야가 대치 과정에서 주고받은 발언이나 행위를 문제 삼고 있다. 그간 국회의원 개인적 비리나 역사적 망언 등 명백한 비윤리적 행위가 있을 경우에만 윤리위에 제소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윤리특위 구성도 전에 징계안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간 서로를 향한 징계안 제출은 일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무분별한 징계안, 보여주기식 징계안으로 국회 윤리특위 권위도 무너지고 있다"며 "모든 게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게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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