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가입

로그인

아이디
비밀번호
ID/PW 찾기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회원가입 하기

'최악 부정' 베네수엘라 선거, 마두로의 '좌파 포퓰리즘'이 불러온 비극이다

뉴데일리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이후 25년째 '좌파 포퓰리즘'의 수렁에 갇힌 베네수엘라 정국이 28일(현지시각)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과를 둘러싸고 또다시 '시계 제로'에 빠져들고 있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는 29일 대선 개표 결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2013년, 2018년에 이어 3연임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야권은 개표 결과에 반발하면서 불복의사를 밝혔다. 親여당 성향인 CNE가 개표 상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선거 전 여론조사나 선거 당일 출구조사 결과와 상반된 득표율을 발표하면서다. 앞선 조사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의 패배가 확실시됐다.

이에 야권은 물론, 국제사회까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엘비스 아모로소 CNE 위원장은 이날 0시10분께 기자회견을 열고 "80%가량 개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며 2위 후보와의 격차로 볼 때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은 불가역적"이라고 당선을 선포했다. '민주 야권연합(PUD)' 소속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는 44.2%를 득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마두로 대통령은 불법 관권선거 논란을 의식한 듯 베네수엘라 선거 시스템을 극찬하면서 "국민은 평화와 안정, 법치를 택했으며 나는 폭력의 소용돌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새 임기는 2030년까지다. 반미‧좌파 사회주의 정권의 집권기간도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99년부터 32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승리를 장담했던 야권은 즉각 "진짜 승자는 우리"라고 선언했다. 우루티아 후보는 "국민과 전세계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다"면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우루티아 후보를 지지하는 마리아 마차도 전 국회의장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가 70% 이상 득표했다. 부정선거다"라고 밝혔다.

앞서 복수의 서방 여론조사기관은 선거과정에서 줄곧 우루티아 후보가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조사기관 에디슨리서치가 실시한 출구조사에서 우루티아 후보는 65%의 예상 득표율로 마두로 대통령(31%)보다 두 배 넘게 득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방 언론들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10여년 전 도입한 전자투표 시스템을 통해 기표를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유권자가 투표 기계에서 후보를 선택한 뒤 인쇄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게 돼 있다. 전자투표 결과는 CNE에 곧장 전송된다.

문제는 CNE가 야당 측 인사들의 투표용지 검증은 물론, 시민단체들의 개표 과정 참관도 불허해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이다. 실시간 개표 상황도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야권 지지자가 개표 과정 검증을 위해 개표 장소에 입장하려 하자 당국자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수도 카라카스의 한 개표소에서 입장이 거부된 것에 항의하던 야권 지지자들이 마두로 대통령 추종 세력으로 보이는 남성들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2018년 이어 또다시 부정선거…시위 확산에 국제사회 비판-우려 잇달아베네수엘라는 2018년에도 이 같은 부정선거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부정선거 우려가 제기됐고, 많은 국민이 투표에 불참해 투표율이 50%를 밑돌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도 당시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 앞서서도 부정선거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유력한 야권 후보였던 마차도 전 국회의장의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차도 전 국회의장은 2017년 반정부 시위 혐의로 기소돼 올해 초 대법원에서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때문에 야권은 급히 외교관 출신인 우루티아로 후보를 교체했다.

뿐만 아니라 대선 직전 중남미 주요국 인사로 이뤄진 해외 선거감시단의 입국도 거부했다. 게다가 마두로 대통령은 투표 전 "내가 대선에서 지면 피바다"라면서 일찌감치 선거결과에 불복하겠다는 엄포까지 놨다.

부정선거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항의 시위도 격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카라카스를 비롯해 전역에서 대선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엑스(X, 옛 트위터)에는 팔콘주에서 시위대가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을 무너뜨리는 영상이 올라왔다. 포르투게사주에서는 시위대가 마두로 대통령의 대형 선거 포스터를 찢고 발로 밟는 모습도 목격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민들은 마두로 대통령이 당선을 발표한 직후 밤과 새벽에 이어 아침에도 집 안팎에서 냄비를 시끄럽게 두드리는 중남미 특유의 항의 시위 '카세롤라소(cacerolazo)'를 벌이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언론 인포바에는 카라카스에 무장 경찰과 군인들이 배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유혈사태가 벌어지거나 2018년 대선 때처럼 야권 인사가 대통령을 칭해 '한 지붕 두 대통령'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후안 괴이도 국회의장이 임시 대통령에 취임하고, 국제사회가 지지하면서 한때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은 2명이었다.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방일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당국의 발표가 베네수엘라 국민의 소망이나 투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를 비롯한 우파 성향 중남미 9개국 정부는 미주기구(OAS)에 베네수엘라 대선 개표 결과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기 위한 이사회 소집을 요청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도 "마두로 정권은 스스로 발표한 결과가 믿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이번 선거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워싱턴포스트(WP) 출구조사와 다른 CNE 발표에 대해 "마두로 정권에 장악된 CNE가 전국 투표소 3만곳의 개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이를 확인하려는 야권의 시도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베네수엘라 대선이 부정으로 얼룩졌다"고 비판했다.

◇차베스~마두로 좌파 정권 25년, 자원 부국에서 빈국으로…우리도 타산지석 삼아야마두로 대통령은 버스 운전사 출신으로 대통령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62년 카라카스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 버스 운전사로 근무하면서 운수노조에서 활동했다. 1992년 쿠데타 기도로 감옥에 갇혀있던 반미 성향의 남미 좌파 대부인 차베스 전 대통령을 도우면서 인연을 맺었다.

1999년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집권하자 마두로 대통령 또한 국회의장, 외교장관, 부통령 등 출세 가도를 달리면서 '차베스의 황태자'로 불렸다.

'정치적 스승'인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13년 암으로 숨졌고, 같은 해 치러진 대선에서 승리한 뒤 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포퓰리즘'인 '차비스모(Chavismo, 차베스주의)'의 계승자를 자처하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부국으로 꼽혔지만, 차베스식 민족주의 포퓰리즘으로 나라 곳간이 거덜 났다.

차베스 정권 때부터 미국의 제재에 대항하는 자립경제 활성화, 중남미 좌파 정권들과 연대 강화를 강조하면서 석유기업을 비롯한 주요 기간산업이 무리하게 국유화했고, 재정 대부분을 무상의료, 무상교육, 저가주택 공급 등에 쏟아부었다.

뿐만 아니라 식품, 의약품, 화장지 등 생필품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해 대중의 지지는 얻었지만, 물가상승률은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뛰어올랐고, 사회 시스템은 붕괴했다. 베네수엘라는 포퓰리즘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는 오명을 떠안았다.

과도한 복지예산으로 2018년에는 6만5000%가 넘는 超인플레이션을 겪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2년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은 마두로 대통령이 처음 집권한 2013년에 비해 약 80% 감소했다.

유엔에 따르면 2월 기준 빈곤율은 82%에 달하고, 경제난으로 지난 10년간 약 2900만명으로 추산되는 전체 인구 가운데 4분의 1인 780만명이 모국을 등지고 해외로 탈출했다는 공식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입법 폭주와 포퓰리즘 정책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와 민생 살리기 정책 대안 제시 없이 국정 발목 잡기에만 매달릴 때가 아니다. 헌법 가치 흔들기를 멈추고 상식의 정치를 복원하는 데서 다시 출발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ttp://www.newdaily.co.kr/site/data/html/2024/07/30/2024073000233.html
댓글
0
댓글 쓰기
권한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