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민청원이 여야 지지자들간 세력 대결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이후 여야 진영에서 보복성 청원이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이날까지 16개 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상임위로 회부됐거나 회부된다. 지난달 2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petitions.assembly.go.kr)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은 청원 종료일인 지난 20일 기준 총 143만4784명이 동의했다.
국회청원심사규칙을 보면 국민동의청원은 청원서가 공개된 지 30일 안에 5만 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접수된다. 민주당은 이 청원을 근거로 지난 19일과 오는 26일 두 번의 탄핵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청원은 동의 요건을 충족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됐고,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추진했다. 지난 19일 1차 청문회에 이어 오는 26일 2차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이에 반발하듯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에 관한 청원'도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이날 기준으로 11만 명을 넘어섰다.
그런가 하면 '법사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 요청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7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청원 취지에 대해 "정 의원은 법사위원장으로서 헌법과 국회법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위원회를 공정하게 운영해야 할 의무나 있으나 도리어 막말과 협박을 일삼으며 국회가 갖춰야 할 품위마저 잊은 채 법사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국회의원 제명을 청원한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심판청구 촉구 결의안에 관한 청원도' 게시돼 있다. 해당 청원은 이날을 기준으로 6만 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인은 청원 취지에 대해 "민주당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며 "위헌정당해산심판청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즉각 국회가 정부에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청원들이 도입 취지와 다르게 각 진영 지지자들의 정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이 국가 기관에 대해 일정한 사안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고자 만들어진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여야 지지자들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원인은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다. 권 공동대표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전과 5범이기도 하다. 촛불행동은 지난해 촛불 대행진 행사에서 윤 대통령 부부 사진을 표적으로 두고 활 쏘기 이벤트를 개최한 단체로도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청원'을 낸 사람은 국민의힘 소속 이종배 서울시의원이었다. 이 시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이재명 한 사람 살리기 위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정신 나간 민주당의 끔찍한 독재에 맞서 탄핵 반대 청원을 시작했다"며 "불법 탄핵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정청래 의원 해임 청원'을 제출한 사람은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장이다. 자유·우파 시민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의 오 단장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감옥 갈 것이 두려워 억지스럽게 윤 대통령 탄핵을 시도하는 마당에 셀프 청문회가 공정할 리 없다"며 "정청래 논리 대로라면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은 대통령이 셀프 심사 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해산 청원'을 게시한 자유민주당 대표 고영주 변호사는 지난 3일 법무부에 민주당에 대한 해산 심판 청구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청원서에 담긴 내용은 이번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내용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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