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부가 세계 최저 수준인 법정 은퇴 나이의 상향을 자발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3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21일 공개한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 결정문을 통해 "처음으로 은퇴 나이 상향의 원칙으로 자발성과 유연성을 명시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인구 고령화에 적극 대처하고 연금 발전과 노인돌봄산업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은 적절한 유연성을 갖춘 자발적 참여의 원칙에 기반한 신중하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은퇴 나이를 점진적으로 올리는 개혁을 추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일률적인 접근방식을 폐지하고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며 갈수록 다양해지는 사회에 객관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출산율 급감 속 인구 고령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노동인구와 일자리 확보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이번 3중전회 결정문에서는 연장자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실버경제' 개발을 모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경제 둔화 속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정년 연장에 따른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정년 연장을 거론하면서 자발성과 유연성에 방점을 찍은 것은 그러한 반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지도부는 그간 정년 연장이 실행돼야 한다고 누차 제안했다"며 "이번 3중전회 결정문에 사용된 언어는 그것의 현실화에 한발짝 더 다가간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인기를 얻지 못할 수 있고, 분석가들은 이것이 고용시장에 압력을 가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中, 노동력 부족 현실화…고용 압력 증가 등 '양날의 검' 우려도중국의 정년은 약 70년간 남성 60세, 여성 55세(이상 화이트칼라), 여성 블루칼라의 경우 50세로 정해져 있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1950년대 정년이 법제화될 당시 기대 여명이 지금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남녀간 정년이 다른 것도 당시 여성 기대 여명이 50세에 불과했던데다 1인당 자녀 수도 평균 6명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법정 정년이 50세에 불과하다 보니 중국에서 일하는 여성 중 상당수는 40대 후반부터 은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년 전부터 정년을 연장하고 남녀간 차이를 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지금 중국 정부가 움직이는 것은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중국 인구는 2022년부터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연간 출생인구 역시 2년 연속 1000만명을 밑돌았다. 특히 60세 이상 인구는 지난해 기준 전체의 21.1%를 차지했다. 2035년이 되면 32.7%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는 최근 12년 사이 중국 노동연령인구와 총인구가 모두 정점을 찍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인구 고령화로 인한 생산력 저하, 노인돌봄과 연금지급 확대로 인한 비용 부담에 부동산 수요 하락 등 사회 곳곳이 영향을 받게 된다.
SCMP는 "1949년 신중국 건국시 기대 여명은 35세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77세로 늘어났다"며 "2019년 중국 사회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주요 도시의 국가 연금기금은 2035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됐다"고 전했다.
이어 "연금 지불비용은 지방정부 재정의 주요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각 세대, 계층마다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정년 연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광둥성 싱크탱크 '광둥체제 개혁연구회'의 펑펑 회장은 은퇴 나이를 낮추는 것은 오늘날 경제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CMP에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겠지만, 고용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현재 개혁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짚었다.
푸단대 펑진 교수는 "정년 연장은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일부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며 "근무조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50세 이후 임금은 낮게 유지되고 성장잠재력도 제한되는 까닭에 그들은 조기 은퇴하고 연금을 더 빨리 받는 쪽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여성 박사학위 소지자들은 자신의 인적자본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거나 적절히 보상받지 못했다고 여기며 55세에 은퇴하는 것이 빠르다고 느낄 것"이라면서 "그래서 그들은 더 늦게 은퇴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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