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주식 시장을 둘러싼 거품이 터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자국 우선주의'에서 나온 보편적 관세와 노골적인 反이민 기조 등이 전세계적인 무역·노동력 흐름을 막아 결국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다.
14일(현지시각)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트럼프가 내세우고 있는 관세와 이민정책은 미국 경제에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증시를 둘러싼 거품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터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존 히긴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최고전략가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후보의 보편적 관세와 제한된 이민정책으로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은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시나리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에는 악몽이 될 것이라면서 "경제 성장이 둔화하더라도 인플레이션 반등 리스크 때문에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정책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n Great Again, MAGA)'가 인플레이션 악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슬로건을 앞세우면서 자신이 재선할 경우 수입품에 대한 10%의 전면 관세(보편적 관세)와 중국 수입품에 대한 60% 이상의 관세를 매길 것이라 공언했다. 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도 약속했다.
또한 금리인하가 지연되면 국채 수익률은 상승해 주식 밸류에이션이 악화할 것이라면서 증시를 둘러싼 거품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터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코노믹 아웃룩그룹의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인 버나드 바우몰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할 실질적인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하락 궤도를 지속할 때보다 금리를 더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뉴욕 탈바켄 캐피탈의 마이클 퍼브스 CEO 역시 트럼프의 승리가 미국 국채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내국세를 내리고, 관세를 올리며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의 공약을 이행할 경우 금리상승은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승리해 공약대로 정책을 이행할 경우 채권시장에서는 상당한 매도세가 나올 것"이라며 "올해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이 선거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히긴스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지 않더라도 주식 거품이 내년 연말에는 터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S&P500 지수가 내년 말까지 7000선에 도달한 이후 꺾이게 될 것"이라며 "2000년 '닷컴버블'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닷컴버블도 연준의 고강도 긴축 정책과 국채금리 상승 때문에 터졌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학계, 월가 및 금융 경제학자 등 전문가 68명을 대상으로 5일부터 9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질문에 답한 50명 가운데 28명(56%)이 '(재집권 시) 트럼프의 임기 중 인플레이션이 (현재) 바이든의 임기 때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나머지 28%는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재정적자에 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재정적자가 더 커질 것'으로 답한 비율은 51%였다. '바이든 대통령 임기 중 더 커질 것'이라 답한 이들은 22%였다.
금리에 관해서는 응답자 59%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때 금리가 더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6%는 '바이든 대통령하에서 더 높을 것'이라고 답했다.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권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 때 지난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목도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걸 좋아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하지만 11월에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추정되는 트럼프가 바이든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말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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